▲ 경상남도 화재조사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김해동부소방서 소속 허욱 화재조사관이 액화산소누출에 따른 산소과잉화재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액화산소' 폭발 화재 연구
 경남 화재조사 대회 '최우수'
 "관리체계·대응매뉴얼 마련을"



"화재 위험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상시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화재 예방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김해동부소방서가 지난달 열린 제18회 경상남도 화재조사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1위에 해당하는 '최우수 소방관서'로 선정됐다. 김해동부소방서는 이번 수상을 포함해 이 대회에서 4회 연속 입상했으며 화재현장조사서 품질평가에서도 2년 연속 최우수를 수상했다. 화재조사 분야에서만큼은 경남도내 최고의 전문성을 가졌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김해동부소방서가 이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데는 지휘조사팀 허욱(31) 화재조사관의 역할이 컸다. 허 조사관이 주 연구자가 돼 주제 설정, 연구 준비, 실험 등 대부분의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허 조사관은 "물리·화학 등 과학적인 시각으로 연구에 접근하다보니 과학도가 아닌 소방관으로서 어려움을 느낀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아낌없는 격려와 도움을 주신 박승제 서장님, 현장대응단장님, 화재조사팀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며 "최우수로 입상함에 따라 경남도 대표로 전국단위 대회에 나가게 됐다. 현재 연구를 보완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 조사관이 이번 대회에서 발표한 주제는 '액화산소 누출 폭발에 따른 산소과잉화재 연구'다. 지난해 1월 김해 생림면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액화산소통 근처에서 관련 작업을 하던 한 근로자가 기계 부품을 떨어뜨리면서 액화산소가 누출, 폭발이 발생했고 불길에 휩싸인 이 근로자는 결국 사망했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당시 CCTV 영상을 분석한 허 조사관은 사망한 근로자가 '액화산소'를 이용해 작업 중이었다는 사실에 주목,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허 조사관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산소'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하지만 특정한 조건이 맞으면 폭발을 일으켜 큰 화재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일반 시민들에게는 '산소과잉화재'가 생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위험성을 알리고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액화산소는 말 그대로 산소를 액체화 시킨 물질을 뜻한다. 온도는 ?183도에 이를 만큼 아주 차갑다. 우주로켓의 산화제로 이용되거나 자동차 산업 등에 주로 쓰인다. 물질이 타는데 꼭 필요한 요소한 산소가 '과잉' 상태, 농도가 증가하면 착화에너지가 감소한다. 쉽게 불이 붙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폭발범위가 넓어지고 폭발 강도도 강해진다.

이처럼 산소과잉화재는 자칫하면 대형화재를 일으키고 사람의 목숨도 앗아갈 만큼 위험하지만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허 조사관은 "액화산소를 다루는 사업장은 화재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 분야에 경각심을 갖고 체계적 관리,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재양상도 매우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발화원인을 정확히 밝혀내 재발을 막는 '화재조사'가 중요한 이유다. 때문에 액화산소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연구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며 "우리나라 화재조사 감식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화재조사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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