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경 김해뉴스 독자위원·우리동네사람들 간사

『한 작은 조직체에 의해 '흔들리는 인류' 그리고 '붕괴되는 사회'. 현미경으로만 보일 정도로 작은 소위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자신의 법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확립된 질서를 '뒤엎는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도로 놓이거나 '달리' 배치된다.』 최근 인류가 겪고 있는 미증유의 사태, 거기서 길어 올린 깨달음을 촌철살인의 풍자로 담아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어느 아프리카 유명 문인의 글 첫머리다.

'단단하다 믿고 당연한 듯 딛고 서있던 우리 일상의 지반'은 전혀 안중에도 없던 하찮은 미생물에 의해 처참히 무너질 만큼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도시봉쇄와 이동금지령, 기본권 유예와 물리력을 동반한 감시와 통제, 존엄하게 죽을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쌓여가는 시신들, 불안과 공포로 공황상태에 빠진 대중들의 생필품 사재기, 책임전가의 희생양을 찾는 유치한 인종차별, 의료장비 부족으로 울부짖는 의료진과 나라 간 마스크 확보 쟁탈전, 최강최부국의 공공의료시스템 부재, 국민의 생명을 도외시하는 정치인들의 은폐·허세·늑장·포기형 위기관리, 연쇄파급이 우려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경제 등, 전염병 세계 대유행(pandemic)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나약하고 무력한 민낯'은 우리가 직시해야할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 전염병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나로 연결된 세계'가 직면한 코로나바이러스 시험대에서 우리의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자문해 보자.』라는 끝머리 글처럼, 이 갑작스럽고 고통스러운 재난은 우리에게 '뜻밖의 재발견'도 가져다주었다. 맞물려 쉼 없이 돌아가던 모든 게 작동을 멈추면서, 일상의 분주함에 묻혀 그 중요성을 잊고 지냈던 '우리 삶에서 우선적이고 필수적인 것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과의 시간, 노동의 가치, 기본 소득 및 의료 사회보장제도, 민주적 정치체제, 공동체적 연대와 협력, 자연과의 공존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효율적 방역체계를 잘 결합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 위기관리 저력을 깊이 각인시켰지만, 이런 작은 우쭐함에 취해 인간사회를 바닥부터 뒤흔들어놓은 코로나사태의 근본원인인 '자연과의 공존 실패'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가 기후위기 및 인수공통전염병 창궐의 원인임이 알려진 만큼, 아무리 인간적 연대와 협력이 아름답다 해도 인간중심의 일시적·피상적 봉합책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물음을 확장해야만 한다. '자연과의 공존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가?' 여기에 당장 답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치르고 있는 이 값비싼 경험도 헛수고가 되고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우리의 소중했던 일상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자연과의 연대와 협력' 없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인간의 독주에 대한 자연의 경고 앞에서, 세계가 인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자만과 착각'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 주위 다른 존재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달리 그리고 새롭게 고민할 때다.

인간은 늘 자연에서 배운다. '공존과 협력'이 자연의 법칙이듯, 자연의 일부인 인간사회도 같은 원리가 작동되며 그렇지 못할 때 균형은 깨지고 문제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폐쇄적인 극우와 극좌는 닮은꼴이다. 선거가 코앞이다. 나쁜 정치는 우리의 일상을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공존은 곧 '개방적 태도'임을 안다면, 안주하지 않고 도전과 모험을 향해 열려있었던 가야의 땅 김해의 시민답게 지혜로운 선택들 하시리라 믿는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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