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건>은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가 1971년에 발표한 시 '살다'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다시 그려낸 책이다. 어린이가 발아래 생을 마감한 매미의 사체를 보면서 '살아 있다는 건/지금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목마름, 눈부심, 재채기처럼 자연스러운 인체 반응부터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거나 너와 손을 잡는 것 같은 감정적 반응까지 포함한다. 예쁜 새 옷을 보고 즐거워하거나,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듣고, 피카소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처럼 세상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도 살아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웃고 울고 화내는 순간순간도 지금 우리가 살아 있음을 확인 시켜 준다.

시인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사회로도 확장한다. 멀리서 개가 짖고, 지구가 돌고, 어디선가 아기가 태어나고, 병사가 상처 입고, 그네가 흔들리는 것처럼 일상과 비일상, 평화와 전쟁을 넘나드는 모든 일들이 살아 있음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살아 있는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감춰진 나쁜 마음을 조심스레 막아 내는 것이지' '또 자유롭다는 거지' '사람은 사랑한다는 거야'.

시인은 작가의 글을 통해 "'지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 안에서는 무한함을 가진다"고 말한다. 어떤 날도 특별하지 않은 하루는 없으며, 행복한 삶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출발한다.

살아 있음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있어 오카모토 요시로의 그림이 큰 역할을 한다. 그리운 일상을 잠시나마 그림책으로 돌려받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일보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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