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쿤츠의 '역주행 베스트셀러'
1981년 출간 후 한국 첫 상륙
치사율 100% '우한-400' 등장
코로나19 사태 연상돼 오싹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어둠의 눈>은 역주행 베스트셀러다. 출간 40년 만에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급부상하며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종이책이 절판된 미국에서는 오디오북으로도 종합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여세를 몰아 한국어판이 이번에 나왔다. 1981년 초판 출간 후 40년 만에 이 책이 한국 독자와 만나는 셈이다.
 
저자인 딘 쿤츠는 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소설은 1년에 20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5억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매직!' 쇼 제작자로 일하는 크리스티나 에번스. 티나로 주로 불리는 이 여성의 12살 난 아들인 대니는 1년 전 시에라네바다산맥으로 스키 캠프를 떠나 버스 사고로 죽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과 사무실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티나는 대니 방에 있는 칠판에서 '죽지 않았어'라는 글자와 출력한 '매직!' 쇼 VIP 고객 명단 사이에도 '죽지 않았어. 날 여기서 꺼내줘'란 문구를 갑자기 발견한다. 티나는 꿈과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1년 전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접한다. 티나는 주요 인물인 변호사 엘리엇 스트라이커와 함께 사라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이들은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길을 알려주는 대니의 도움을 받아 '네트워크'라는 비밀 조직이 운영하는 판도라 프로젝트 연구실로 찾아간다.
 
그 과정이 매우 속도감 있다. 저자는 공포, 서스펜스, 액션, 로맨스까지 능수능란하게 버무려 마치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과 강력한 흡인력을 선사한다. 스릴과 유머가 가득한 흥미진진한 전개, 고도의 긴장감, 매력적인 캐릭터 등 좋은 이야기의 조건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또 서스펜스와 초자연적 요소를 드라마틱하게 엮어냈다.
 
40년 전 출간됐지만, 세월과 세대를 뛰어넘는 스토리텔링과 아날로그 감성 스릴러의 장점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피의 복수'보다는 대니의 사고가 죽음으로 은폐되어야 했던 어두운 진실을 파헤치고 대니를 찾아오는 데 집중한다. 이들은 네트워크 조직의 암살자를 어쩔 수 없이 죽이고도 괴로워한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티나와 엘리엇이 판도라 프로젝트 연구실에서 대니를 만난 뒤 연구원인 돔비로부터 대니의 사고에 얽힌 소식을 듣는 후반부 장면이다. 판도라 프로젝트 연구실은 군사 연구 시설로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를 연구하고 유전자 재조합 실험도 하는 곳이다. 여기서 '우한-400'이란 바이러스가 언급된다. 20개월 전 리첸이라는 중국인 과학자가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생물무기 정보가 담긴 디스켓을 가지고 왔다. 그 물질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돼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연구실은 리첸과 함께 바이러스 복제 기술 개발에 나섰고, 한 과학자가 부주의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밖으로 도망쳤다. 그는 대니 등 스키 캠프에 온 아이들과 접촉했다. 대니를 제외한 모든 아이는 죽었고 연구실은 대니를 감금한 뒤 강제로 생체 실험을 했다. 대니는 '우한-400'에 반복적으로 감염돼 생긴 두정엽의 반점 때문에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을 지니게 됐다.
 
소설에는 바이러스 '우한-400'의 특성이 나오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리학적 기제와 차이가 크다. 코로나19가 중증 폐렴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과 달리, '우한-400'은 뇌간에 들어가 독소를 뿜어 뇌 조직을 파괴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나온다. 코로나19의 세계 치사율은 6%가 안 되지만, '우한-400'의 치사율은 100%로 나온다. '우한-400'에 감염되면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는 점도 다르다. 우한-400이 인간 몸을 벗어나면 1분 이상 생존할 수 없는 부분도 차이점이다.
 
등장인물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특히 실체가 없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 개인에게 닥친 슬픔을 이겨내는 모성애는 지극하다.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의지는 더 빛나는 법이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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