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을 처음 걷는 사람의 책임은 무겁다.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그의 발자국이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도 마찬가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나머지 단추들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없다. 이런 이치를 알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일의 첫 시작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김해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청소구역 세분화 작업이 꼬이고 있다. 김해시는 지난해 말 기존 3곳이던 청소구역을 5곳으로 세분화하고, 청소대행업체 2개를 추가로 선정하는 작업을 강행했다. 그러면서 오는 3월 2일까지 신규업체들의 자격을 심사해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내주고, 4월 1일부터는 사업을 개시토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기존 청소용역업체들은 청소구역이 세분화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는 이 주장을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며 무시했다. 시와 경남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차례의 감사를 실시하고 검찰에 고발해 기존 업체들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김해시가 기대했던(?) 비리는 터져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오히려 시에서 추가로 선정한 신규업체들에게서 터져나왔다. 두 업체는 자격 심사를 코 앞에 둔 시점에도 1t 트럭 2대만 확보했을 따름이다. 인력 확보는 전무한 실정이다. 와중에 사업 개시 일은 7월 1일로 3개월이나 미뤄졌다. 두 업체는 뒤늦게 신규 장비를 발주했지만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주문한 장비를 인수할 수 있는 형편이다. 청소 인력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계획조차 서있지 않은 상태다.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였던 기존 업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만약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기존 3사의 잉여 장비와 인력을 '저렴하게' 인수해 사용하려던 신규 업체들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인수 협상 과정에서 서로간의 불편한 감정이 노출된 것이다. 시의 중재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은 시에 있다. 청소구역 세분화 작업 초기에, 김해시는 기존 3사에게 무슨 심각한 비리가 있는 것처럼 여론전을 전개했고, 언론플레이를 펼쳤다. 기존 업체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조작된 청소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청소구역 세분화 작업을 밀어붙여 기존 업체들을 자극했다.
 
기존 업체들은 시의 태도를 문제 삼는 한편, 모종의 의구심을 품고 있는데, 시민들은 이제 '합리적 의구심'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결자해지. 이제 김해시는 꼬일대로 꼬여버린 청소행정의 첫 단추를 겸허한 자세로 검검할 때가 됐다. 나중에 단추를 전부 풀고 다시 꿰는 일이 발생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한시바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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