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산 이홍식 시인·수필가

예전처럼 겨울이 춥고 길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2020년의 봄은 정말 더디게 오는 것 같다. 그래도 봄이 오면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참 많다. 겨우내 묵은 먼지도 청소하고 마음속 근심도 훌훌 털어내곤 한다. 샛노란 산수유꽃처럼 화사한 봄옷을 입고 봄에서 나온 음식을 먹으며 아지랑이 속의 낭만을 즐기는 여유로움을 기다려왔는데 올해는 벚꽃 지고 목련 화 시든 지금에 와서야 봄을 맞으려는가 보다.
 
참 오랫동안 봄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우리를 서글프게 한 여러 가지 일들이 봄이 오는 길목을 막아서 있었다. 조국 씨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부터 불거진 조국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들은 급기야 광화문광장과 서초동 검찰청사 앞 집회로 이어져 민심이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던 우리는 계절의 감각을 잊고 있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안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촉발된 여야 간의 대치는 잠시 사라졌던 국회 폭력을 부활시켰고 이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 109명이 폭력과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으니 이제 그들의 앞날에 대하여도 염려가 된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에 대하여 배상하라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며 시작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은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며 온 국민을 공분케 하였고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경제를 박살 내려고 한다는 우려 때문에 아직도 긴장하면서 지내고 있다.
 
마치 외계인과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던 코로나19사태는 온 국민을 가택연금 상태로 만들어 모든 사회적 활동을 마비시키고 우리들의 일상을 빼앗아갔으며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어 가면서 긴 겨울의 여정을 함께 견디고 있다.
 
그런데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가 보다. 견뎌라, 다 지나간다는 김난도 선생님의 말씀처럼 견디다 보니 이제야 봄이 오는가 싶다.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큰 차질 없이 치러냈고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거대 여당의 탄생도 지켜보았다. 모든 강물이 바다로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낙연 국회의원 당선자를 보면서 그런 겸손의 미덕으로 새로운 정치,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봄기운과 함께 기대할 수 있기에 좋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수가 전국적으로 크게 줄었고 완치율도 75%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하루 한 시간은 잔다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함께 애쓰고 자발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은 국민들께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국민의 누적된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자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다고 하니 고맙기만 하다. 자연휴양림, 수목원 등도 순차적으로 입장이 허용될 것이고 최소한이나마 일상을 이어 갈 수 있게 된다니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코로나19 및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에 집중해 달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그동안 애써 대응해 왔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곧이어 5월의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최대의 고비라고 염려하고 있다. 조금은 아쉽더라도 생활 속 거리 두기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코로나19 제로의 시간이 빨리 오도록 노력해 보자.
 
이제야 하늘을 보지만 따스한 햇살 만으로도 봄을 느끼기에 충분한 5월이 온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