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내마을 초입의 산딸기밭에 앉아 있는 고인돌이 이 지역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역사를 말해준다.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어느새 봄이 와 있는 것이 아닐까? 대동면 대감리 감내마을 들판은 곧 생명을 틔워올릴 듯 봄기운이 느껴졌다. 붉은 빛의 산딸기 밭에서 금방이라도 싱싱한 산딸기들이 얼굴을 내밀 것 같았다.
 
마을 초입 산딸기밭에 버티고 앉은 고인돌(지석묘)은 이 일대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역사가 오래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마을 주변에 고인돌이 많았대요. 그게 뭔지 몰랐을 때는 치워버리기도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 지역에 구석기 때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거겠죠. 가까이 예안리 고분도 있지 않습니까." 감내(甘內)마을 박주현(45) 이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에는 남해고속도로 냉정~부산간 확장공사 구간인 감내마을 일원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청동기시대 주거지 11곳과 분묘 12기를 발굴한 바 있다. 주로 중부와 서부 쪽인 진영·장유쪽에만 몰려 있었던 청동기시대 분묘가 동부권인 대동지역에서도 처음으로 발굴돼, 김해 전역에 청동기 문화가 공존했음을 추정할 수 있어 학계의 관심을 모은 곳이 바로 감내마을이다.
 
감내마을에는 현재 83가구 300여 명이 살고 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대동 부추가 감내마을에서도 주 농산물이다. 근래에는 산딸기 재배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부추는 마을 품앗이 작업으로 3월부터 11월까지 벤다.
 
감내라는 이름은 마을의 물맛이 달고 맛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마을회관에 모인 마을 할머니들이 앞다투어 "우리 마을 우물 물맛은 달고 좋았다"고 말하고 나섰다. 마을 최고령자인 박옥순(96) 할머니와 감내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순남(90) 할머니도 달고 맛난 물을 자랑했다. 지하수가 들어오면서 우물과 두레박은 사라졌다.
 
감내의 물길은 마을 뒤 산에 있는 두 군데 소류지에서 내려온다. 소류지의 물이 마을의 논밭을 적시는 생명의 젖줄이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에 소류지에서 '산정호수 용왕제'를 지낸다.
 
용왕제를 바다에서 지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내륙지방에서 용왕제를 지내기도 한다. 용신은 기우, 풍어, 풍년, 무사항해 등을 담당하는 신으로, 동신(洞神)으로 모셔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바다와 떨어져 있는 내륙 지방에서는 샘이나 우물에서 용왕제를 지내왔다. 감내마을의 용왕제 역시 그렇게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해온 당제이다. 박 이장은 "농사는 기후도 중요하지만, 물이 없으면 안 되지요. 그래서 용왕제를 지내온 것으로 압니다"라고 설명했다.
 
▲ 마을 회관 옥상에서 내려다 본 감내마을 풍경.
마을에서 가까운 두 번째 소류지에는 버드나무 두 그루가 어깨를 맞대고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한 그루는 굵고, 또 한 그루는 다소곳하다. 마을에서는 그 나무에 '부부 버드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류지 위에는 장군차재배지가 있다. 장군차 재배지를 안내하던 박 이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재배지에서 차나무 묘목을 받아 봉하마을에 심었다고 합니다"라고 귀띔했다.
 
장군차 재배지 옆으로 난 솔숲 오솔길은 박 이장은 물론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은 고속도로 공사현장으로 인해 더 이어지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 대구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이 대동면입니다.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고속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지만 마을의 모습이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심정은 정말 편하지 않습니다. 농지 피해가 많아 걱정이 많습니다." 마을 사람들로서는 무엇보다 농사지을 물이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마을 취재를 간 날에는 마침 김해시 건강증진과에서 '어르신 치매예방 프로젝트'를 위해 치매관리사와 사회복지사들이 방문했다. 김해의 면단위 소외지역의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는 치매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박 이장은 "저 어르신들이 우리나라가 배고프고 힘들 때 나라를 지켜 오신 고마운 분들입니다"라고 말하며 마을 어른들이 앉아 있는 방이 따뜻한지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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