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우려·지갑 얇아져
 어버이날, 안부전화·송금 대체
 상여금 없어 어린이날도 집에서
"결혼식 참석은 편하게 해달라"



"작년까지만 해도 어버이날이면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이라도 하곤 했어요. 올해는 아무래도 선물과 용돈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마저도 벌이가 시원찮아서 넉넉하게 드리기가 힘들 것 같네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부부의날(21일) 등 가족과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는 '가정의 달', 5월이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는 시민들의 가정의 달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됐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특히 만남과 모임·외출 등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갑'이 얇아진 것도 가정의 달 모습을 바꿔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공동으로 최근 직장인 259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19에 따른 가정의 달 가족 모임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코로나19 때문에 5월 가족 모임 계획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당분간 안 만나고, 덜 모이는 것으로 응답했다. 만날 때는 외부보다는 집에서 만나고, 만나지 못할 경우엔 영상통화를 하거나 돈만 부친다는 이들도 있었다. 또 많은 직장인이 가정의 달 모임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면서 가정의 달 지출 비용도 줄었다고 밝혔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최근 직장인 319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도 예년과 다른 가정의 달 풍경을 예고했다.
 
설문 결과 코로나로 인해 가정의 달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4.7%가 '외식, 여행, 문화 생활을 전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용돈, 선물을 아예 챙기지 못할 것 같다'(19.6%) '선물 등을 온라인으로만 구입 할 것 같다'(11.8%), '직접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할 것 같다'(10.9%) 등의 의견도 있었다.
 
김해 지내동에서 경양식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아(35) 씨는 "어버이날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걱정이 많이 됐다. 용돈·선물로 대체하기에는 아무래도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다. 걱정이 앞섰지만 기념일을 챙겨드리기 위해 부모님을 모시는 자리를 미리 만들어 식사를 대접해드렸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박찬기(27) 씨는 직장 생활을 하느라 현재 내외동에 거주하고 있다. 박 씨는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기는 힘들 것 같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선물과 용돈을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됐다고 해도 완전히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닌 이상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라며 "4~5월은 수입이 줄어들어 부모님께 큰 선물이나 많은 용돈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지석(37) 씨는 5살 아들과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약속을 미루고, 집앞 대형마트에 갔다가 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니던 회사가 매출 감소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1·4분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아 생활이 빠듯해졌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매년 어버이날에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용돈을 드렸지만 올해만큼은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리려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면서 오는 10일로 식을 미룬 박완준(29) 씨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잠잠해질지 장담할 수가 없어 예정된 날짜에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오시는 분들에게는 개인별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포장해 배부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식장 내에서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있도록 당부할 생각이다"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참석 여부를 편하게 결정해달라고 얘기했다.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원망할 수도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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