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은 11~12세기 유럽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던 이탈리아에서 생겨났다. 세계 최초의 대학 볼로냐대학이 탄생하게 된 것은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복잡한 '상법' 때문이었다. 각지에서 거둬들인 교회의 자금이 한 데 모이다 보니 세상의 온갖 물자가 베네치아, 피렌체, 볼로냐와 같은 상업도시들로 집중됐고, 가난한 청년들 이 '상법'을 알기위해 돈을 모아 법률가를 초청해 공부했다. 이 모임이 논리학, 수사학, 의학 등으로 범위가 넓어져서 오늘날 대학의 어원이 된 'universitas(자치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교육의 핵심 원리였던 이 조직이 이탈리아에서 14세기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우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학교의 존재 이유는 학생의 니즈와 사회적 필요 때문이다.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습득하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기르는 것이 학교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18세기 이전의 교육은 그 사회상에 따라 소수의 귀족 계층을 대상으로 선택교육으로 교양이 있는 시민을 키우는 전인교육을 위한 소수 대상의 토론식 수업 이었다. 19세기 이후에는 교육의 목적과 방법이 바뀌어 대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이 시작되었고, 지식습득을 통해 산업사회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생산 활동에 도움이 되는 언어, 수학, 기술 등의 교과를 1대 다수의 대형 강의를 하는 일방적 수업으로 바뀌었다. 산업혁명 이후 단일화·표준화·대량화라는 산업 사회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훈련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하여 학교 체제가 산업화 시대의 노동력을 양성하는데 최적화 된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모든 사회가 급변하였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시대에는 단순 기능만 가진 노동자의 필요성이 감소되었다. 지금까지는 화석에너지가 산업발전의 주춧돌이었지만 이재는 인적자원이 성장을 위한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에 필요한 것은 창의성과 사고력, 이를 논리적으로 개념화 시킬 수 있는 언어 능력이 필수이지만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선 이런 것들을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2030년엔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지고 전통적인 학교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래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서는 지식을 외우기보단 스스로 지식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는 어느 한 분야의 지식만으론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융복합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국어·수학·영어 중심의 입시 공부로는 도저히 길러질 수 없으므로 융복합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교실은 진학을 위한 국어·수학·영어 중심의 입시 공부가 대세이다. 
 
공교육에서도 융복합 노력의 일환으로 2018년 도입된 문·이과 융합 교육과정을 도입하였다. 고1 학생들은 통합과학·통합사회라는 새로운 교과목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기존의 문과는 수능에서 과학을, 이과는 사회를 보지 않다 보니 문과생은 과학과목을, 이과생은 사회과목을 알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또 많은 학교들이 통합과학 한 과목을 물리·화학·생물 교사 등이 각 장별로 나눠 가르치고 있고, 통합사회도 마찬가지로 비통합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10여년전부터 학생들의 융복합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인문·과학 지식에 대한 이해를 높여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고, 실생활과 연관된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뜻의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누군가 혁신해 놓으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돼 빨리 따라잡고 시장을 점유했다. 그러나 21세기엔 '혁신'하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 오직 퍼스트 무버(first mover)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인재의 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은 4차 혁명시대가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일 수도 있다. 21세기를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사고를 가진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여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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