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굿모닝병원 신경과 채송화 원장이 환자 보호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해굿모닝병원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
완치 기대 어려워 예방 신경 써야
의심된다면 조기 진단 적기 치료를



지난주 어버이날 고향 김해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80)를 보고 온 김 모(53) 씨는 며칠째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머니가 이상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전에도 뭔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사실 걱정이 됐는데, 이번에는 더 확실해진 느낌이다. 어버이날 찾아뵙는다고 미리 전화 드렸는데, 어머니는 당일 "어떻게 왔느냐?"고 되물으셨다. 김 씨는 "전화 드렸고, 다른 이야기까지 나누지 않았느냐"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그러냐…"며 말꼬리를 흐렸다. 김 씨는 이번 주 어머니를 다시 찾아뵙고 병원에 가 치매 검사를 받아볼 생각이다.
 
보통 부모 나이가 많아지면 부모·자식 간에 생기는 공통된 걱정이 있다. 자식들은 '우리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부모들은 '내가 치매에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실제로 국내 치매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치매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암보다 치매를 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본인의 치매 여부를 생각한다면 다행이다.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2015년 약 32만 명에서 2019년 약 50만 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가 늘고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늘고 있는 셈이다. 치매는 환자 본인과 가족, 주변인 모두에게 힘든 질환이다. 
 
김해굿모닝병원 신경과 채송화 원장은 "치매란 점점 진행하는 인지기능 저하가 여러 가지 영역(언어 및 관련기능, 집중력, 시공간능력, 시각·언어적 기억력, 전두엽 집행기능, 성격변화 중 두가지 이상)에서 발생해 사회적 또는 직업적 기능장애를 가져오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며 "일부 치료가능한 치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만성 퇴행성경과를 취하며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단계나 초기치매 단계에서 약물복용을 시작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고 말했다.

 
■ 치매 3대 원인 질환은?

치매 원인 질환은 80~90가지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3대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혈관치매', '레비소체치매'이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히 발생되는 치매 원인으로 전체 원인의 약 50%를 차지한다.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혈관치매는 약 10~15%,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치매가 함께 동반된 혼합성치매의 경우는 약 15%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비소체치매는 '파킨슨 증상'이라 불리는 안정시 떨림, 서동증, 경직, 종종걸음등의 운동장애가 동반된다.  
 
그밖에 언어 또는 행동조절장애로 시작되는 '전두측두엽치매', 빠르게 진행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불수의적인 움직임을 동반하는 '헌팅턴치매', '감염 또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에 의한 치매' 등이 있고, 알코올 등 물질남용으로 인한 치매 및 뇌의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손상으로 발생하는 "권투치매"도 있다. 


■ 건망증과 치매 차이는?

치매는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단순한 기억력 장애뿐 아니라 지남력이나 언어 능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 전반 장애, 성격 변화와 망상 등을 비롯한 정신행동 증상, 운동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통은 나이가 들면서 단어가 예전과 달리 빨리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약속 등을 깜박하는 경우, 치매가 아닌가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매는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며,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도 아니다.
 
건망증의 경우 사건이나 경험 내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 환자 경우에는 그러한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씨 어머니 경우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어머니에게 어버이날 점심때쯤 찾아뵙는다고 전화했다. 건망증이 있다면 "몇 시에 온다고 했지?"라고 다시 전화해서 묻게 되겠지만, 만약 치매 환자라면 그런 전화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또 건망증의 경우에는 기억나지 않던 부분이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 환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즉 건망증의 경우에는 기억된 내용을 인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치매의 경우에는 내용을 저장하는 단계부터 장애가 있는 것이다. 
 
채송화 원장은 "치매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을 통해 시간에 따른 인지저하의 에피소드를 확인하고 객관적인 평가도구인 신경심리검사로 각 인지영역의 기능저하와 이로 인한 (도구적)일상생활의 장애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치매의 원인에 대한 감별진단을 위해 신경학적 검사, 인지기능관련 혈액학적 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실시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치매 위험요인 줄이려면?

여러 제약회사에서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나 치료 가능한 일부 치매를 제외하고 대부분인 퇴행성경과를 취하는 치매 치료에 현재까지 완치는 없다.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또는 치매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신체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세밀한 손동작을 사용하는 취미 생활과 두뇌 활동 많이 하는 일, 친구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스트레스 줄이기 △체중·식사 관리 △음주, 담배, 카페인 삼가기 등도 권장된다. 
 
채송화 원장은 "치매전단계 혹은 조기치매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치료·관리할 경우 치매환자는 건강한 상태를 보다 오래 유지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본인이나 가족 구성원이 치매가 의심된다면 조기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서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금연, 금주, 신선한 야채와 견과류, 등푸른 생선의 섭취, 꾸준한 유산소·근력운동, 독서토론 등의 정신활동, 긍정적인 사고와 감사하는 태도를 일찍부터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고 혹시나 치매가 오더라도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치매가 아닌 착한 치매가 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도움말  = 김해굿모닝병원 신경과 채송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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