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실업과 폐업 등 경제적인 여파가 상당하지만 미세먼지로 고통받았던 지난 해 같은 시기를 떠올리면 코로나19가 기후위기로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 던지는 메세지는 간과할 수 없다. 나사가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자동차나 공장시설에서 배출돼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끼친 이산화질소가 대폭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맑은 하늘에 사람들은 숨 쉬기가 편했고 해안가로 돌고래가 돌아오고 수많은 플라밍고, 홍학 떼가 사람이 사는 곳 가까이로 다가와 장관을 이루었다. 인간활동이 멈추니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시공간이 열린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코로나19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 스스로 조절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이론이다. 1978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 소개된 이 이론은 지구상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인간의 환경파괴 문제 및 지구온난화 현상 등 인류의 생존과 직면한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계속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산업화와 인간의 활동은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폭염, 대형 산불, 잦고 강한 태풍, 식량 위기 등이 점점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펜데믹까지 불러온 코로나19 사태처럼 대규모 인수공통감염병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의 영역을 파괴하며 동물과 인간의 접촉을 증가시켰다. 환경파괴로 발생한 온도, 강수량, 습도 등의 변화는 감염병 매개체의 생존기간과 성장, 병원균의 발달, 숙주의 분포와 개체수, 매개체의 서식지 등에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전염병의 전파 시기 및 강도, 질병 분포의 변화까지 초래했다. 과학자들은 섭씨 1도가 상승할 경우 전염병의 평균 발생률은 4.27%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생명체는 공격을 받으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어를 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가 지구가 보낸 백신이라는 우스갯 소리를 마냥 웃고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재고찰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가 더 올라가게 되면 인류 파멸이 예상된다고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가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기후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1.5도 탄소예산은 8년이면 소진된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를 감축해야하고 2050년에는 순 제로 배출을 달성해야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같이 살 길은 한강의 기적,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증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음에도 정부와 국회, 지역사회는 이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온실가스의 국내 배출 28%를 차지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퇴출 대상 1위가 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퇴출 로드맵이 기후위기 대응의 속도를 전혀 따라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전국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우리나라 발전량의 42%를 차지하며 여전히 가동 중이고 현재 7기가 추가 건설 중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연간 995명이 조기사망하고 7039명이 정신적 피해를 입지만 2030년까지 전면 폐쇄한다면 7153명의 조기사망과 4387명의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석탄화력 조기폐쇄로 인한 건강편익 분석 보고서(2020.02. 기후솔루션)까지 나왔으나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 증가율은 OECD국가 중 1위, 2017년 7억 900만 톤의 배출 이력을 자랑하며 계속적인 증가 추세다. 2030년 BAU(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대비 37%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목표를 설정했지만 어디서, 어떻게 줄일지는 확정도짓지 못한 상태다. 
 
정부와 국회와 지역사회의 입법자들이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살 미래를 원한다면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닥쳐올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사회 구조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2050년까지 전력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석탄 발전은 0%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농·축산 분야, 교통 분야, 생태계 복원 등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야말로 대전환이다. 지금 당장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추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하며 녹색산업을 성장시키고 녹색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 수 있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투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다른 코로나19 사태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금의 상황을 기억하고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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