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삼정동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임에도 불구하고 차량들이 빼곡히 불법 주·정차 돼 있는 모습이다. 이현동 기자

 강화된 '민식이법' 시행 불구
 불법 주·정차, 과속 등 여전
 등교 개학 전 보완 서둘러야
"운전자 교통 안전의식 중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후 두 달이 다돼 가고 있다. 
 
법은 시행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초등학생들의 개학이 미뤄져 스쿨존 문제는 아직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김해뉴스 취재 결과 민식이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 스쿨존 안전 환경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들의 본격적인 등교 개학을 앞두고 보완책 마련은 물론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해뉴스 취재진은 최근 김해 어방동·삼정동·삼방동 일대 초등학교를 찾아 스쿨존 실태를 점검했다. 삼방동의 한 초등학교 앞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를 하지 맙시다'라는 현수막과 표지판이 곳곳에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여 대의 차량이 갓길에 불법 주차 돼 있었다. 불법 주·정차는 도로 주변에 대한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 위험을 높인다. 
 

▲ 삼방동의 한 초등학교 역시 현수막 앞에 차량이 보란 듯이 불법주차 돼 있다. 이현동 기자


이 학교 앞은 도로가 비교적 넓고 등교 개학 전이라 아이들의 왕래가 적어 운전자들이 시속 3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 뿐만 아니라 성인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어방동·삼정동의 초등학교들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학교 주변 곳곳에 스쿨존 표시가 돼 있음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았다. 인근 학원에 왔거나 공놀이를 하던 몇몇 아이들은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건너다녔다. 

속도 제한이 필요한 위치임에도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많았다. 일부 위치에는 설치돼 있다 해도 운전자들은 규정 속도를 지키기는커녕 대부분 고속도로만큼이나 빠르게 차를 운행했다. 도로 노면에 제한 속도가 아직 50km로 표시돼 있는 곳도 있었다. 
 
삼정동 스쿨존 주변 상인 이 모(30) 씨는 "스쿨존을 지나는 많은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기는 하지만 규정 속도까지 준수하는 경우는 아직 드문 것 같다"며 "정기적인 주정차 단속은 물론 과속단속카메라, 과속방지턱 등 어린이 안전을 위한 시설들이 더 많이 설치돼야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도내 어린이 보호구역은 지난달 기준 모두 1029곳이다. 이 중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79곳으로 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 동안 도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65건, 이 사고로 모두 67명의 어린이가 다쳤다. 김해지역 스쿨존에서도 2018년 2건, 2019년 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5월은 한 해 중 어린이 교통사고가 10.6%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기도 하다. 
 
반면 민식이법을 놓고 과잉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운전자에게만 과하게 책임을 지게 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것이다. 장유동의 윤 모(33) 씨는 "도로로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도로 폭이 좁은 곳은 어차피 차량들이 시속 30㎞ 이상으로 운행하기 어렵다. 제한속도를 준수해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거나 시야확보가 안 됐을 경우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운전자만 억울한 상황에 놓인다. 모든 책임을 운전자가 지는데 처벌까지 강화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만 만들고 통과시킬 게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중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관계자는 "사람이 있고 없고를 떠나 법을 준수하고자 하는 운전자들의 준법의식이 필요하다"며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은 물론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 캠페인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김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의 노력은 물론 운전자들도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안전운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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