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산 이홍식 시인·수필가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하나도 소홀히 지나쳐선 안 되는 날들이 많지만,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 스승의 날이다. 매년 이맘때면 스승을 공경해야 한다는 뉴스와 보도들이 언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곤 했는데 올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으니 이것도 코로나19의 영향인가 싶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선택지를 제시해주는 선생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장기화하고 격주제, 격일제 등교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생중계형태의 미러링 수업방식이 등장하였다. 이렇듯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교육계의 고통과 수고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각과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는 창의성 교육이 자리 잡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창의성과 관련된 재미있는 우화가 있다. 90년대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에는 동물학교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내용의 일부를 보면 옛날에 동물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그들은 다가오는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서 동물학교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들은 생존을 위한 달리기, 나무 오르기, 날기, 헤엄치기 등으로 교과목을 편성하고 모든 동물은 예외 없이 전 과목을 공부해야만 했다. 그중 오리는 헤엄치기에서는 실로 눈부신 실력을 발휘했으나 날기와 달리기에선 낙제점을 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리는 수영연습을 포기한 채 매일같이 달리기 연습에 매달렸고 그러다 보니 달리기 연습을 너무 한 나머지 오리발의 물갈퀴가 너덜너덜해졌다. 그 결과 뛰어난 수영 실력을 자랑하던 오리는 수영에서조차 겨우 평균점을 넘어 다음 학년으로 진학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 연습을 하느라 수영을 못하게 된 오리에 대하여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달리기의 명수인 토끼는 수영을 배우느라 그랬고, 나무 오르기에 천재성을 자랑하던 다람쥐는 날기 연습 때문에 나무 오르기를 할 수 없었다. 탁월한 활공능력을 가진 독수리는 나무 오르기를 위해 큰 날개를 퍼덕이다 다른 학생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끝까지 문제아로 남게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표준화된 학교 교육과정에 의존하는 우리의 잘못된 교육환경을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모두를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교육,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교육, 개인이 가진 소질을 발전시켜주지 못하는 교육은 평균적 능력만을 가진 인재들을 양성하게 되어 국가적 손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자기에게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일, 변화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인을 키워내는 일이 학교의 몫이고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내야 할 일이다. 이처럼 빠르고 복잡한 사회에서는 획일화된 규격품들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온라인 개학체험으로 우리 사회는 학교와 선생님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새롭게 깨달았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교육의 목표도 새롭게 제시된 것이다. 주어진 학사일정과 입시 등을 고려한 정부의 단계별 등교방침이 진행되고 있지만 오리나 토끼, 독수리에게 꼭 같은 능력을 요구하는 동물학교처럼 경직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교육이 희망인 이 시대에 국가가 정한 표준에 도달하는 일보다 시대에 어울리는 개성을 가진 인재를 길러 내는 일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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