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규 김해뉴스 독자위원·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대학의 겨울방학은 12월 중순 무렵에 시작해 이듬해 3월 개학으로 끝이 난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겨울방학이 유달리 길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3월이 되고도 2주가 지난 후에야 온라인강의가 시작됐으니 말이다.
 
25년여가 넘는 교직 생활 중 처음 맞는 온라인강의는 예순을 넘긴 원로 교수로서는 결코 적응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컴퓨터 활용에 밝은 아들도 코로나 19로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바람에 각종 프로그램의 설치 등 번거로운 작업들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가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법정 공휴일로 하지 못한 강의를 동영상으로 녹화를 해서, 학생들이 수강을 할 수 있도록 파일을 사이트에 올리고, 출석 체크를 위한 퀴즈를 내고 체크하는 일들은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그때마다 아들을 호출한다. 학기를 마칠 무렵이 되어야 제대로 적응할 수 있으려나.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 개최도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보통 2월에 개최되는 시민단체 총회도 계속 연기되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국가정책이 바뀐 후에야 겨우 개최할 수 있었다.
 
또 필자가 프로그램의 마련과 진행의 책임을 맡아 작년부터 준비해온 김해시민주시민교육도 올해 3월 첫 주부터 실시하기로 했는데, 역시 코로나 19로 몇 차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5월 7일에야 첫 강좌를 열 수 있었다. 이미 짜인 강좌를 재조정하기가 쉽지 않아 개강식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고 바로 강좌를 진행하는 바람에 프로그램의 몇몇 부분이 엉클어져 버렸다.
 
하지만 김해시민주시민교육조례는 기초자치단체로서는 2018년 4월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제정되었고, 이달 7일(목) 오후 7시 김해시중소기업비지니스센터에서 시민 70명을 대상으로 해 김해시민주시민교육 첫 강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참여자들도 열정적이며 김해시장을 비롯한 담당부서 공무원들도 적극적이어서, 프로그램의 준비와 김해시민주시민교육의 진행을 맡은 책임교수로서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심적 부담에 어깨가 무겁다. 김해시민주시민교육을 성공적으로 진행?정착시켜서 대한민국 민주시민교육의 모델로 제시하고픈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코로나 19가 영향을 미치는 대상이 필자만의 삶이 아니라, 온 국민 나아가 전 인류의 삶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BC(Before  COVID-19)와 AC(After COVID-19)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많은 영역에서 큰 변화를 부르고, 인공지능(AI), 바이오, 환경, 전자상거래, 스마트 플랫폼 분야에서 코로나 19는 빠른 기술변화를 강제한다.
 
인류는 위험에 빠졌는데 지구 생태계는 살아나는 코로나 19의 역설이 연출되고 있다. 강한 스모그로 평소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었던 인도 뉴델리,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세계의 대도시들은 사람과 공장과 자동차가 멈춘 코로나 19시기에 선명한 제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대도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무엇인지 도드라지게 드러낸 것은 바로 코로나 19의 긍정적 기여다. 수많은 세월 동안 세계 각지의 환경운동가들이 목이 쉬도록 외치면서 바친 수고와 헌신보다 짧은 기간 코로나 19가 인류에게 준 가르침과 울림이 더 컸다.
 
코로나 19가 세계 각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인류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인간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의 끝이 어디인지, 또 인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깨닫도록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이것이 코로나 19가 인류에게 던지는 조용한 교훈이다. 선택은 인류의 몫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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