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오는 10월 4일까지 돔하우스 전관에서 이승희 작가의 초대전 ‘타오(TAO)’를 개최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초기작 ‘사유된 문명’, 도자회화의 시작을 알린 ‘클레이젠 시리즈’, ‘타오 조선백자회화시리즈’, 무채색 도판들로 구성된 신작 ‘공시성’. 이경민 기자

클레이아크, 올 상반기 기획전 
10월 4일까지 돔하우스 전관
30년 예술인생 펼쳐놓은 전시
클레이젠·타오 시리즈 등 포함



유명 도자작가의 30년 예술여정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김해에서 열린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오는 10월 4일까지 돔하우스에서 올 상반기 기획전이자 이승희 작가의 초대전인 '2020 타오(TAO)'를 진행한다. 타오는 도자기의 '도(陶)'를 뜻하기도 하지만 흙물을 70회 이상 붓고 말리는 작가의 작업이 '도(道)'를 닦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승희 작가는 사유의 도구로서 '흙'이라는 재료의 무한한 가능성과 세라믹 고유의 제작방식, 전통적인 소재에 주목한다. 그는 도판을 만들고 흙물을 수십 번 바르고 말리는 과정 등을 통해 기존의 회화나 조각과는 분명 다른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초기작 '사유된 문명'부터 도자회화의 시작을 알린 '클레이젠(clayzen) 시리즈', 장르 해체와 기술적 완성을 보여준 '타오(TAO) 조선백자회화 시리즈', 대나무 조형설치작품, 무채색 도판들로 구성된 신작 '공시성(Synchronicity)' 등 총 100여점을 선보인다.
 
돔하우스 1층 중앙홀 바닥에는 대형 신작 '공시성'이 자리한다. 160여개의 무채색 도판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기획단계부터 돔하우스의 원형 갤러리 공간에 맞춰 구상됐다.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공간의 특성이 반영돼 풍부한 빛의 스펙트럼을 그려낸다. 
 
동선을 따라 2층 갤러리로 들어서면 왼쪽부터 이 작가의 예술적 실험여정을 시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초기작 '사유된 문명'부터 '클레이젠 시리즈', '타오 조선백자회화 시리즈'가 눈앞에 펼쳐진다.
 
사유된 문명에는 흙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난다. 실용적인 도자기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했다. 곡물과 식물을 형상화하거나, 돌덩이 같은 행태의 오브제를 이용해 '흙=도자기 재료'라는 공식과도 같은 관념을 지우기 시작했다.
 
클레이젠 시리즈와 타오 시리즈에는 평면에 부조 형태의 도자 작품들이 담겨있다. 조선백자와 민화 등 한국적인 미가 돋보인다. 이 작가는 2006년 우연한 기회에 중국 유명 도자기 생산지인 징더전을 찾은 것이 자신의 작품세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기심이 많다. 한국에서 재료학적 한계에 부딪힌 적이 있는데, 중국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수년간 징더전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 등을 열었다. 중국의 재료를 이용해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당시 징더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중국 흙의 특성과 유약에 대한 실험을 반복하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작품 제작은 세라믹의 고유 제작방식을 따랐다. 유약과 소성온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므로 그가 의도한 형태와 색을 내기까지는 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에는 흙의 물성을 시각적으로 최소화하고 흙물 기법의 기술적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작 '종이처럼', '물처럼'이 대표적이다. 화면 위에 전통적인 도자기의 형태는 사라지고 종이처럼 얇은 텍스처가 강조되거나 색감이 내는 미세한 차이에 주목한다.
 
이 작가는 "나는 하라는 것 보다는 하지 말 것을 교육받는 시대에 살았다. 무의식 중 내 속에 금기시 돼 있는 것이 분명히 많다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는 '흙'이라는 닫혀있는 개념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확대해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전시는 내 예술인생에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기존 전시에서는 단편적인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전반적인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었다"며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려졌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