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산부들에게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고자 시행된 김해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사진은 불량한 상태의 새송이 버섯. 사진출처=김해줌마렐라

임산부 지원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상품 구성·신선도·배송 불만 많아
김해 첫 시행 좋은 취지 퇴색 쓴소리
시 "임산부 의견 반영해 개선·보완" 



김해 삼계동에 거주하는 임산부 배 모 씨는 최근 기분이 상했다. 김해시가 지원하는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받은 후였다. 기쁜 마음이었지만 꾸러미를 푸는 순간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배 씨는 "마트에서 안 팔리는 상품을 받아본 듯 했다. 버섯·당근·무와 같은 채소들은 먹지도 못하고 버렸다. 많이 필요하지도 않은 청양·오이 고추는 왜 이렇게 많이 왔는지 모르겠다"며 "좋은 취지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자비 20%를 부담해 구입한 상품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해시가 올해부터 시행 중인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이 좋은 취지와 달리, 상품 구성과 신선도·배송 등의 문제로 일부 임산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임산부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은 관내 거주 임산부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임산부에게 건강하고 올바른 먹거리 제공, 지역 내 농산물 판로 개척, 농산물 소비 촉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경남에서는 김해가 유일하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올 1월 1일 이후 임신 또는 출산한 임산부(출산 후 12개월까지)가 대상이다. 자부담금 9만 6000원을 내면 12개월 간 48만 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월 1~2회 받아볼 수 있다. 공급업체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원하는 품목을 선택, 주문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수령할 수 있다. 
 
김해시 농산물 꾸러미의 경우 양곡/가공식품 세트 1·2번, 잡곡/채소세트 1·2번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 기준가는 6만 원이다. 1만 2000원만 부담하면 세트 하나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각 세트에는 쌀·현미·찰현미 등 곡류와 자른 미역·다시마, 무, 새송이·표고버섯, 당근, 햇감자, 참다래, 청양고추, 오이고추, 블루베리 등이 포함돼 있다. 
 
임산부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시행 첫해인 만큼 개선할 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천동 유 모 씨 "버섯은 너무 많이 젖은 채로 배송돼서 곰팡이가 피기 직전 상태였고 참다래 역시 냉동됐다가 녹은 것 같이 곪아 있었다. 그나마 쌀 같은 가공품목이 있었던 덕에 1만 2000원 만큼의 값어치는 했다고 생각됐다"며 "하지만 원래 가격이 6만 원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이 아쉽다. 이런 식이면 지원 사업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구산동 정 모 씨 역시 "경남에서는 김해에서만 이 사업이 진행된다고 해서 좋았고 타 지역 지인들에게 자랑하기까지 했다. 지난 달 꾸러미를 구매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구성이 빈약해 실망감이 들었다"며 "이번 달 품목도 5월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주문하지 않았다. 현재 4가지 세트가 있는데, 세트 종류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꾸러미 구성도 임산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품목이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해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친환경 취급자 인증을 받은 업체의 무농약, 유기농, 유기가공식품, 유기농수산물만을 사용할 수 있다. 축산물·유제품의 경우 농림부의 지침에 따라 추후 공급품목에서 아예 제외된다. 
 
당초 사업 목적은 김해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임산부에게 공급하고자 함이지만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은 업체가 김해에 거의 없어 유통 시스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엽채류는 아예 배송 품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경남 내 타 지역 농산물과 가공식품까지 확보해 꾸러미를 구성하고 있다. 
 
김해시 농산업지원과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수량, 가격, 포장, 배송 시기, 박스 크기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며 "타 지역 상품이 많아지면 꾸러미에 김해산 농산물의 비중이 줄어든다. 사업 취지를 지키면서 농가·임산부 모두 만족시키려다 보니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달부터는 아이스박스를 활용해 농산물의 신선도를 높이고 농산물이 훼손되는 사례도 없도록 할 방침이다"며 "단감, 봉하마을 쌀, 떡국떡과 같은 지역 농산물을 추가하는 등 품목도 다양화하겠다. 임산부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지적받은 부분을 개선·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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