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신고건수 27% 증가
 신체·정서·방임 순으로 발생
 미신고 포함 땐 훨씬 많을 듯
"부모·주변인 인식 변화 절실"



김해에 살고 있는 한 어린이(6)는 종아리와 허벅지에 멍이 있다. 멍이 생긴지도 좀 됐다. 비속어·욕을 한다는 이유로 엄마가 체벌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지속적으로 매를 들었다. 아이 다리에 남은 체벌 흔적을 발견한 이웃주민이 이를 발견해 기관에 신고했다. 엄마는 훈육 목적으로 회초리를 들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자녀와 분리조치됐다. 
 
김해의 또 다른 아이(8·여)는 집에 거의 혼자 있는다. 아빠와 이혼 한 엄마가 생계를 위해 직장생활에만 매진했고, 딸 양육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채 방치했다. 등교개학이 이뤄져 학교교사가 개입한 뒤에야 엄마의 방임유기죄가 드러났다. 아이는 아동보호시설로 이동조치됐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김해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한 교사가 4살 아이를 때렸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아동학대·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해지역에서도 아동학대가 시나브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들어서는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해시 아동보호전문기관(관장 전종대·이하 기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전체 139건이다. 이 중 일반상담 15건을 제외한 실제 아동학대 사례는 총 124건으로 집계됐다. 41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75건은 기관이 개입해 조치가 이뤄졌다. 나머지 8건은 일반사례로 집계됐다. 
 
1~5월 신고건수 124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신고건수 75건(전체 89건)에 비해 약 65% 증가한 수치다. 아동학대(일반상담 사례 제외)로 판명된 경우 역시 지난해 59건에서 올해 75건으로 27% 증가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올해 전체 아동학대 사례 75건 중 17건(23%)이 신체학대, 14건(19%)이 정서학대, 9건(12%)이 방임유기 사례인 것으로 조사됐다. 2가지 이상의 학대가 동시에 이뤄진 '중복학대' 사례는 35건(47%)에 달했다. 또한 75건 중 47건은 남자 아이, 28건은 여자 아이가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과 경찰서 등에 신고되지 않은 건수를 포함할 땐 실제 아동학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는 '기관은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상담을 권유하고 가해자도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 관계법령의 구속력이 약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아동학대가 끊이질 않는 것은 부모들의 인식 부족이 크다.
 
기관 관계자는 "부모들이 체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체벌을 교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며 "사소한 행위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아이를 향한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 들어 아동학대 사례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 경제가 마비되면서 실직·연봉삭감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이 늘어났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 또한 늘어나면서 가정 내 스트레스·갈등도 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반면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늘어난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해석도 존재한다. 
 
기관 관계자는 "경남 도내 아동학대 '발견율'은 김해가 창원시에 이어 2위다. 이는 단지 아동학대가 김해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한 덕에 작은 정황을 발견했음에도 신고한 시민이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종대 관장은 "부모들의 전반적인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특히 가정폭력·부부싸움 등 가정갈등은 아이에게 있어 '전쟁의 공포'와 맞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경제적 위기나 부부 갈등을 되도록 아이 앞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며 "일반 시민이 주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뀔 필요가 있다. 만약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애가 우네'라는 생각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울까? 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심해 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작은 관심이 학대피해로 고통 받는 아이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전 관장은 특히 조금이라도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한다면 지체 없이 기관이나 경찰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동학대를 의심할만한 대표적 사례로는 △여름에 긴 옷을 입고 다니는 등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경우(몸을 가리기 위함이기 때문)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경우 △몸에 찰과상이 많은 경우 △아이가 귀가를 거부하는 경우 △보호자를 두려워하는 경우 등이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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