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자 시의원

"내 나라 하늘 끝 북쪽에 있고/ 남의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 일남(日南)에는 기러기조차 없어/ 누가 소식 전하러 림(林)으로 가리."
 
20세기 초, 둔황 막고 석굴 17호를 도굴한 프랑스인 동양학자 펠리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왕오천축국전에 있는 승(僧) 혜초의 시이다. 일남(日南)은 오늘날 베트남 중부, 림(林)은 계림(신라)으로 해석함이 옳다는 번역자 정수일의 주석을 참고할 때, 혜초의 긴 여정, 고적한 망향가가 애잔스럽다. 사람이 왕래하기 어려울 때 소식을 전하는데 이용했다는 기러기, 열사의 사막 한가운데 겨울 철새가 있을 리 만무하다. 혜초의 외로움은 고국의 겨울 정경을 애틋이 당겼으리. 
 
끝내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혜초를 대신해 무려 1300년 만에 고향에 일시 귀환했던 왕오천축국전,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 세계 첫 공개 전시 이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고 한다. 혜초의 망향가를 날라다 줄 기러기가 없으니, 여기가 일남(日南)인 듯하다.
 
기러기는 현재 김해의 시조(市鳥)'이다. 
 
<규합총서>에서 기러기는 신(信, 예(禮), 절(節)의 새(鳥)이며, 밤에 무리 지어 자되 하나가 지키고, 낮에는 갈대를 머금어 화살을 피하는 지혜를 가져, 예폐(禮幣:고마움의 뜻으로 보내는 물건)하는 데 쓴다."고 돼 있다. 혼례식에서 목안(木雁:기러기 나무모형)을 전하는 습속은 기러기가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는 새이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톰 워삼(Tom Worsham)은 "기러기는 우두머리 한 마리에 의존하는 조직구조가 아니며, 4만 km를 날아가는 지구력을 가진 새이다. 먼 여행길동안 리더를 중심으로 항상 V자 대형(隊形)을 유지한다. 가장 선두 리더 격인 기러기의 날개 움직임은 기류(氣流)의 양력(揚力)을 만들어 내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번갈아 교대한다. 선두는 뒤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자기 혼자 날 때보다 70% 정도의 힘만 쓰면 날 수 있도록 전력을 쏟는다. 날아가는 동안 쉬지 않고 내는 기러기 울음소리는,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날아가는 선두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이다, 비행 중에 어느 한 마리가 공격을 받거나, 아프거나, 지치거나,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 다른 기러기 두 마리가 문제의 기러기 한 마리와 함께, 세 마리가 대열에서 같이 빠져나와 지친 동료가 원기회복 해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돌봐주고 최악의 경우 생을 마감 할 때까지 동료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다가 원래의 무리에게로 다시 돌아가 합류하는 놀라운 동료애와 결속력을 가진 아름다운 성품을 지닌 동물이다"라고 했다.
 
김수로왕은 김해를 기반으로 구지가로써 화합하며 구간과 더불어 금관가야를 태동시켰고, 국제교류를 통해 인도에서 온 허왕후와 혼인해 평생을 함께 했으며, 자치분권 가야 연맹체를 형성. 발전시켜 찬란한 대가락국(大駕洛國) 역사시대를 열어 냈다. 오늘 날 김해는 그 바탕 위에서 행복도시를 지향하며 동북아 관문도시로써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상호 존중과 배려,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적 약자 보호'. 김해시민헌장에 있는 이러한 어휘들은 기러기가 가진 장점과 상통한다. '공동체 발전을 위한 미래개척 정신'은 '화합과 봉사'를 통해 발현되기, 소외됨 없이 결속하려는 아름다운 성품들끼리 어우러져 전진하려는 지구력 있는 그 습속이 상통한다. 
 
김해의 시조(市鳥), 김해를 상징하는 새(鳥)이니만치 기러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황새 봉순이 관찰하듯 기러기 생태 관찰도 하고, 상징 이름도 정하고, 기러기가 가진 긍정적 특성을 김해와 연결해 홍보도 하면 좋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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