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갑순 수필가

미니멀 라이프 minimal life는 복잡하고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단순하게 살기다. 
 
적게 소유하고 단순한 삶을 산다는 것은 권력과 물질의 욕망에 따르기보다 자신의 삶의 가치에 충실함을 추구한다. 미니멀 라이프라고 해서 무조건 적고 작은 것만을 지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삶의 부피를 줄이고 적게 소유하므로 스스로 가장 의미 있고 행복한 삶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한 과정은 내면의 진실성과 마주하는 과정이자, 다시 태어나기 위한 의식과도 같다. 
 
단순한 삶을 실천하는 데는 과감하게 비우고 버려야 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산재한 물건을 과감히 비우고, 소모적인 인간관계도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며 살고 있는지. 수많은 관계에 붙들려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 하고 있지나  않은지, 한 번쯤 주위를 돌아보아야 한다.  몇 달 전 이사를 하면서 소유하고 있던 물건의 반을 비웠다. 그것과 더불어 닿았던 인연도 함께 정리 했다. 뒤돌아보면 아쉬움과 애틋함도 있었지만 과감히 나와 인연이 다한 것이라 생각했다. 줄이고 버리고 비우고 나니 이제는 시간과 돈, 불필요한 감정노동에서 가벼워짐을 느낀다. 
 
우리는 물질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는 지금도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가 난무하다. 나를 보아주고 사용해 달라는 상품들의 아우성이다. 옷장을 열면 넘쳐나는 옷이 가득하건만 우리를 유혹하는 쭉쭉 빵빵 모델의 신상에 현혹된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오늘만 특가라는 말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키보드를 누른다. 주문한 상품이 미처 분류도 못한 채 현관 앞 택배 상자들로 가득하다. 과잉광고, 과잉친절, 과잉섭취로 비대해진 냉장고와 옷장들, 집의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비대해진 몸은 스포츠 센터로 다이어트로 소모적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 욕망의 끝없는 굴레 속에 오염된 지구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또 얼마나 시간과 돈이 소비가 될지. 악순환의 고리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아르 책  『소비의 사회』 에서는 소비를 비판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으로 인하여 인간의 본성과 존엄성이 소외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유되고 소비되는 하나하나의 사물과 같이, 각각의 사람은 소비를 하므로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고 싶거나 아니면 만족시켰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소유된 물질과 실현된 충족에도 자유롭게 처분하는 시간 속에도 욕망은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또 존재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곳에 있는 것은 '소비'된 욕망의 잔재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 각종 정책은 방만한 소비를 규제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욕구충족과 쾌락추구, 소비를 장려하면서 생산력 향상에 기여하도록 부추긴다. 
 
인간관계 역시 정리가 필요하다. 유한한 삶 속에 서로에게 상처와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관계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자신의 아집에 갇혀 전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 만나면 부정적 에너지를 주는 사람, 일상을 무겁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인간관계는 과감히 놓아주고 비움으로 삶은 한층 더 가벼워진다. 이제 나와의 인연이 다한 것으로 생각하고 비워낸다면 훨씬 쾌적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 단순한 삶은 불필요한 물건과 관계를 줄임으로써 더 긍정의 행복감을 충전할 수 있다. 물건이 줄어들면 유지나 정리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고, 복잡한 인간관계를 줄임으로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결국 자신이 행복해질 때 이웃과 주위를 위한 의타적 삶도 실천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로 가는 길이 조금은 어렵겠지만  감염 병으로 힘든 이 무더운 여름을 가볍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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