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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오아시스·만년설의 도시를 가다책(BOOK)
  • 수정 2020.07.01 09:04
  • 게재 2020.07.01 09:01
  • 호수 478
  • 6면
  •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neato@busan.com)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오아시스 도시 쿠처
타클라마칸사막 주변 투루판 답사 핵심
화염산·베제클리크석굴 풍광 환상적
만년설 이고 있는 톈산산맥도 감동적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광대한 타림분지를 중심으로 광활한 타클라마칸사막과 고비사막, 톈산산맥·쿤룬산맥·파미르고원 등 거대한 산맥, 끝없이 이어지는 대초원, 오아시스 도시들로 이뤄진 중국 최대의 성(省)이다. 이곳은 실크로드를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눌 때 중부 구간에 해당하는데, 사실상 실크로드라는 개념을 낳은 거대한 장애물인 타클라마칸사막을 관통하는 구간이다. 여기서 실크로드 북로(톈산북로)와 중로(톈산남로), 남로(서역남로)가 본격적으로 뻗어 나가 동서 문명이 만나는 길을 이룬다. 이곳이 수천km에 달하는 실크로드 중에서도 진수에 해당한다.
 
타클라마칸사막 주변의 오아시스 도시인 투루판 교외엔 황량한 화염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산의 총 길이는 100km, 너비는 9km, 평균 높이는 500m로 동에서 서를 가로지른다. 산에는 풀 한 포기 없고 구불구불한 굵은 주름살만이 봉우리마다 가득하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붉은 사암이 해에 반사돼 마치 불타는 듯 보인다고 하여 '화염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화염산은 <서유기>에서 현장법사와 일행이 천축국으로 가기 위해 이곳을 지날 때 주변이 불길에 싸여 막혀 있게 되자 손오공이 나찰녀가 갖고 있던 파초선을 치열한 격투 끝에 빼앗아 불을 끄고 비로소 서쪽으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는 이야기의 현장이다. 실제 천축국을 감행했던 현장법사의 고난을 그린 공상적인 이야기지만, 화염산의 비현실적인 풍광과 잘 어울린다. 실제로 인근의 고창고성에서 현장법사가 실제로 한 달간 머물며 불경을 강론했으니 그런 상상을 낳을 만하다. 이런 이유로 화염산 주변 길가에는 울타리를 쳐놓고 입장료를 받는 서유기 공원이 곳곳에 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은 실크로드 답사 대장정의 완결판이다. 책에는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이란 부제가 달렸다. 중국편 1, 2권에서 실크로드를 찾아 시안에서 시작한 여정이 허시저우랑과 둔황을 거쳤다면, 3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오아시스 도시들과 타클라마칸사막을 탐방한다.
 
현장법사와 손오공이 불경을 찾아 지나간 길, 고대 동서 문명 교역의 중심, 탐스러운 과일과 고고학 보물들이 넘쳐나는 신장 지역 실크로드의 환상적인 풍광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유 교수는 투루판, 쿠처, 허톈, 카슈가르 등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를 거치며 다종다색의 문화와 역사를 접했다. 그는 "실크로드 답사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라고 했다.
 
저자는 사라져버린 고대 오아시스 도시 '러우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러우란은 20세기 제국주의 탐험가들이 '러우란의 미녀' 미라와 거주지를 발굴하면서 알려졌다. '러우란을 지배하는 자가 서역을 지배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그 때문에 중국과 흉노 등에 시달리다 5세기 중국 북위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홀연히 사라져버린 오아시스 왕국의 이야기는 많은 답사객의 로망을 자극한다.
 
신장 지역 실크로드 답사의 핵심은 투루판과 쿠처다. 저자는 책의 절반 이상을 두 지역 소개에 할애했다. 투루판에는 대형 고대도시와 무덤, 길게 펼쳐진 포토밭과 인공수도 카레즈, 베제클리크석굴 등 불교 유적과 이슬람 건축 유적이 많다. 특히 투루판 불교 유적을 대표하는 베제클리크석굴은 화염산을 배경 삼아 수려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석굴이다. 이곳의 주요 벽화와 불상은 독일 제국주의 탐험가들에 처참히 파괴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쿠처는 키질석굴, 쿰투라석굴, 수바시 사원터 등 신장 지역 불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적들이 즐비하다. 특히 키질석굴은 신장 최대 규모의 석굴로 벽화를 비롯한 많은 유적이 파괴됐지만, 여전히 화려한 불교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쿠처는 고구려 후예 고선지 장군이 당나라 안서도호부의 장수로 일한 곳이다.
 
'죽음의 모래 바다'로 불리는 타클라마칸사막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사막은 한반도의 1.5배 크기로 남쪽은 곤륜산맥, 북쪽은 톈산산맥, 서쪽은 파미르고원, 동쪽은 고비사막에 둘러싸인 달걀 모양의 타림분지 한가운데 위치한다. 이곳은 끝없는 모래언덕과 사나운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죽음의 땅.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이곳을 지나간 순례자, 상인, 탐험가들은 모두 목숨을 걸어야 했다. 4세기부터 낙타에 짐을 싣고 이 사막을 지나다니며 부와 영향력을 축적한 소그드 상인들이 고구려, 신라와 교류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저자는 이번 실크로드 답사에서 제일 좋았던 도시로 '투루판'을, 가장 매력적인 오아시스 도시로 '쿠처'를 꼽았다. 제일 인상 깊은 곳으로 '타클라마칸사막'을, 제일 감동적인 코스로는 '만년설의 톈산산맥'을 추천했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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