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는 파리의 하수도가 무대로 등장한다. 정부군의 총공격으로 수양딸 코제트의 애인인 공화파 투쟁가 마리우스가 중상을 입자, 장발장이 그를 둘러업고 불결하기 짝이 없는 하수도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에서다.
 
이 배경에는 1832년 파리의 콜레라 유행이 있다. 그런데 위고는 장발장을 왜 하필 하수도로 탈출시켰을까? 하수도는 당시 아무도 그 정체를 몰랐던 콜레라균에 오염된 환자의 대변과 각종 오물이 모여드는 콜레라 유행의 온상이었다. 위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장발장을 통해 그의 영웅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강조했다.
 
<무서운 의학사>는 '글 쓰는 의사'인 저자가 역사를 바꾼 치명적인 전염병과 생명을 바치며 여기에 응전했던 의사, 의학사에서 등골 서늘해지는 사건 사고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펴낸 <위대한 의학사>, <이상한 의학사>와 함께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다.
 
<무서운 의학사>에는 3년 동안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세 유럽의 페스트, 제1차 세계 대전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1918년의 스페인 독감, 얼음송곳으로 뇌를 후벼 파 사람을 반송장 상태로 만든 의사 등 71편의 에피소드를 묶었다. 
 
최초로 기관총을 발명한 미국 의사인 리처드 개틀링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가 기관총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군인 상당수가 총 때문이 아니라 병으로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서 100명분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기계를 발명한다면 군대 인원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의학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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