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김해 시내에 들러 홈 플러스에서 쇼핑을 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홈 플러스 매장이 김해에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큰 매장이 사람들로 흥청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김해가 이렇게 큰 도시일 줄이야! 도로도 넓고 도시경관이 전반적으로 깔끔한 '모더니티'를 연출한다. 세련된 도시형 아파트 단지 사이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국립김해박물관은 건축 조형미 자체로도 품위가 있다. 무엇보다 고대국가 금관가야의 유적지를 배경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고대와 현대의 앙상블을 이룬다. 맞은편에 건립된 김해문화의전당 대극장은 국내 대극장 중에서 기능적으로 가장 현대적인 시설 구조를 자랑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유치했다가 극장 구조가 맞지 않아 김해문화의전당으로 옮겨 공연한 에피소드는 김해문화의전당 시설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다. 그만큼 김해문화의전당은 국내 최신 극장 시설을 갖추고 있고, 극장 또한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인근 김해공항, KTX, 경전철 등 다양한 교통망을 통한 관객의 접근성을 고려한다면 아시아 최고의 뮤지컬 극장으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다. 인근 대구지역이 국내 유일의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공연문화의 도시를 선언하고, 바다 건너 중국 상하이는 오리엔트 극장 등 최신 시설을 갖춘 대극장이 들어서면서 동양의 브로드웨이를 꿈꾸고 있다.

김해는 국립박물관과 김해문화의전당이란 문화 인프라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다 곳곳에 널려져 있는 고대 유적과 강과 산이 어우러지는 천혜의 자연 경관은 그대로 문화 관광 자원의 보물창고다. 게다가 홈플러스 전자랜드 등 대규모 쇼핑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도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늘과 열차, 게다가 앞으로 예상되는 강을 통한 운송 수단의 개발 등을 고려한다면, 김해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출 수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 김해는 이미 상당한 문화 하드웨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대형 호텔단지와 젊은이를 위한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만 보완된다면 최적의 문화 스포츠 관광 도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남은 것은 이 쾌적하고 다양한 김해의 모습 속에 어떤 내용물을 채워 넣을 것인가이다.

만일 김해의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 전시 시설을 이용하여 고대 인도 이집트 이슬람 등 유물전이 기획 전시되고, 극장에서 최신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어공주><위키드>가 공연된다면 어떨까? 김해는 곧장 국제적인 전시 공연 문화의 도시로 업 그레이드 되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지에서 관람객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런던의 피카딜리 거리에 존재하는 열 개 이상의 뮤지컬 연극 공연장 관객 수는 축구 관객보다 많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은 언어 연수와 공연 수입이 국가 수입 중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이제 국가 지원에 의존하고 지역 축제에 연례 행사적으로 등장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문화가 산업과 만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높아진 삶의 질만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극장 자체 뮤지컬 제작팀이 구성되고, 고대 금관가야의 드라마틱한 역사가 미래의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될 수 있다면, 김해는 분명 고대 금관가야의 국제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의 발상은 과연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인가? 아니면 실현 가능한 기대치인가?

남은 것은 김해시 당국과 시민들의 발상의 전환이다. 이 풍요로운 물적 자연적 기반 위에 어떤 문화를 생산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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