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팬데믹을 일으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영역에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다. 각 국의 봉쇄령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계는 파편화되었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우울감이 사회 전반을 파고 들었다. 인간이 이렇게 우왕좌왕하며 혼돈 속에 있을 때 전 세계 곳곳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바로 인간의 간섭이 덜 해지자 그동안 파괴되었던 생태환경이 예전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회복된 것이다.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로 꼽히던 인도에서 히말라야의 정상이 보이는 지역이 나타났고, 사람들의 활동이 뜸해진 도심에는 야생동물들이 활보하며 자유를 얻게 되었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돌아와 장관을 이루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이 그동안 자연을 훼손하며 추구하던 편안한 삶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이제 국제사회는 코로나19와 같은 국제 질서의 공백과 혼란을 야기시키는 현상에 대해 공동대응을 더욱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점이라고 한다면 기후위기의 위협은 축구공만한 크기로 우리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은 단연 기후위기대응일 것이고 그것은 코로나19 대응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2019년 11월 153개국 과학자 1만 1000여 명이 공동 성명을 내 '즉시 기후위기에 대응할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막대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과학자들은 '우리는 지구가 기후위기에 처했음을 명명백백히 선언한다. 이제 더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이미 닥친 기후위기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는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회복력을 상실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평균기온 1.5도 상승을 막고자 한다. 세계 각국은 이를 위해 2030년 온실가스 50% 감축, 2050년 탄소배출제로를 위한 기후비상선언과 입법 및 정책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남도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이 날 전국시장군수 구청장협의에서도 기후위기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물론 김해시도 포함이 되었다. 뭔가 대응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응의 속도에 비해 현실은 매우 암울하다. 1988년 대기중 CO2농도는 350ppm, 2008년 385ppm, 2019년 415ppm을 기록하였고, 2020년 6월 북극권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라던 베르호얀스크가 38도를 기록하였다. 135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한 것이다. 러시아 노릴스크 열병합 발전소 지반침하가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발생한 것이고, 연료탱크 파손으로 경유 2만 1천톤 이상이 유출되어 대형환경오염사고를 일으킨 것도 결국 기후위기로 인한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450ppm을 넘어서면 인류가 막을 수 없는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초래된다고 한다. 기후변화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한센 박사는 385ppm이던 2008년에 마지막 경고 라는 광고를 전 세계 주요 신문에 냈다. 
 
정부와 지자체의 기후위기비상선언이 헛구호나 마지못해 선언한 것에 불과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기후위기 인식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구조의 대전환의 결과물로 나타나야 한다.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것이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착각한다면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대응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자는 RE100캠페인으로 화석연료 퇴출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화석연료 기반산업은 수출이 힘들어지면서 멸종위기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후위기비상선언을 말잔치에 끝나지 않게 하려면 탈석탄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건축물 탄소 제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자원순환경제 확립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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