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서준 김해중부경찰서 중앙지구대 순경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를 읽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 꽃게 역시 눈물겨운 모성애를 보여주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도록 하고 실리콘으로 딸의 발등과 배에 잔인한 행위를 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 안에 아이를 감금하고, 가방에 올라 뛰어 숨 막힌다는 절규에도 헤어드라이기 바람을 집어넣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천안 아동학대 사건.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외로움과 아픔은 외면당한 채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만 70건으로 2017년 2만 2367건, 2018년 2만 4604건에 비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사건 수 역시 2019년 43명으로 2018년 28명의 1.5배를 넘어섰다. 충격적인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 중 부모의 비중이 76.9%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에게 학대를 당할 때 그 심정은 어떠할까? 사람은 대개 어린시절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성격과 가치관이 정립된다.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게 될 것이고 나아가 또다른 2차 피해 역시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우리 모두의 협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 협력해 아동학대 예방에 힘쓰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찰은 학대전담경찰관 제도(APO)를 운용하며 아동학대 예방 및 수사, 피해자 지원, 미취학·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유관기관과의 합동점검, 고위험군 아동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전국의 아동 생활 시설들에 대해 현장 합동점검을 시행한다. 올해 11월까지 아동보호 전문요원이 시설 870여곳을 찾아 1만 5000여 명의 아이들을 대면하고, 아동·종사자 대상의 인권 교육, 시설 종사자의 학대 여부, 아동 건강관리 등 12개 항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이같은 아동보호 움직임이 늘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르면 각 시군구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개소 이상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는 67개소(2019년 11월 기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제외)의 아동보호전문기관만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아동복지연맹에서는 상담원 1인당 권장사례 수를 17건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한 명이 평균 약 50~60건 정도의 사례를 관리한다. 하루 빨리 전문화된 아동보호전문 인프라가 구축되길 바란다. 
 
사랑을 줄 자신이 없으면 입양을 해서는 안되며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며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줘야한다. 아동학대 범죄가 의심된다면 지체없이 경찰(112), 아동보호전문기관(1391)이나 아이지킴콜 112 앱, 국민제보 앱인 '목격자를 찾습니다' 등을 통해 적극적인 신고를 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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