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딸기 주산지로 꼽히는 김해 상동에서 샤인머스캣 농사가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앞으로 3~6월에는 산딸기가, 9~10월에는 샤인머스캣이 출하돼 지역농가 소득증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샤인머스캣 식재 현장, 샤인머스캣. 산딸기, 산딸기 홈쇼핑 판매 모습. 사진제공=김해 상동농협

국내 최대 산딸기 주산지 상동면
농가 소득증대용 작목 전환 시도  
올 5월 샤인머스캣 1300주 식재
일조량·온도 등 환경 적합해 유리
박 조합장 "경쟁력 높을 것" 기대



국내 최대 산딸기 생산지인 김해 상동에서 새로운 작목 재배가 시작된다. 올 봄 상동지역 몇몇 농가들이 일명 '망고 포도'로 불리는 샤인머스캣의 묘종을 심었다. 3~6월인 산딸기 출하가 끝나면 9~10월 샤인머스캣 수확이 가능해 농가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 첫 하우스 재배 '상동 산딸기' 
 
상동 산딸기는 김해시가 선정한 9가지 특산물(9품)에 손꼽힌다. 지역 특성상 산지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아 알이 실하고 당도가 높다.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산딸기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구매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현재 상동면의 산딸기 농가 수는 300호에 달한다. 산딸기 판매로 얻는 소득이 전체 농가소득의 80%를 차지한다. 전국 총 생산물량의 25%가 이곳에서 나온다.     
 
산딸기는 하우스와 노지 재배 방식에 따라 자란다. 국내 최초로 시설하우스 산딸기 재배가 이뤄진 곳도 상동이다. 2000년대 초 여기서 처음 하우스 산딸기가 생산된 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노지 생산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우스에서 자라는 산딸기는 노지에서 자라는 것보다 출하시기가 한 달 빨라 5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 농가 신소득 작목 필요성 제기 
 
상동 산딸기 출하량은 하우스와 노지 재배 물량을 더해 약 300톤에 육박한다. 전체 농가 소득은 70억 원 정도다. 그러나 생산량이 해마다 균일하지 못해 농가소득이 불안정했다. 
 
산딸기 농가들은 그동안 연작·염류장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작장해는 같은 작물을 연이어 재배할 경우 토양 환경이 악화되고 병해충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염류장해는 식물체가 사용하고 남은 비료성분이 토양에 남는 것을 말한다. 
 
또 산딸기는 일정 정도 자라면 상품성 때문에 무조건 수확을 해야 한다. 저장기간이 매우 짧아 수확한 물량은 바로 판매해야 한다. 상온에서 하루, 냉장 시 이틀 정도 보관 가능하다. 따라서 주요 판로인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에는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상동농협은 이러한 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3년 전부터 인터넷 택배를 도왔다. 스티로폼 박스, 아이스 팩 동봉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는 초기 대비 판매량이 3~4배가량 늘었다. 지난 6월에는 홈쇼핑 방송도 병행해 2184(2kg)박스를 판매하기도 했다.  
 
상동농협 박용근 조합장은 "재배, 판로 개척도 어려웠지만, 사실 산딸기 수확시기가 지나면 별 다른 소득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김해시지부와 상동농협, 농가들이 함께 신소득 작목 찾기에 나섰고 샤인머스캣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 고소득 품종 '샤인머스캣' 주목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만든 청포도 종(種)이다. 과육이 단단하고 망고와 비슷한 향이나 '망고 포도'로도 불린다. 캠벨포도의 평균 당도 14~16브릭스에 비해 샤인머스캣은 18~20브릭스로 높아 달다. 씨가 거의 없고 껍질 째 먹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다.
 
상동농협은 최근 상동면의 농가 8호가 지난 5월 2만㎡ 땅에 샤인머스캣 1300주를 식재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산딸기 생산지인 상동면이 새로운 소득 작목 육성에 나선 것이다. 내년에는 참여 농가를 늘리고 시와 함께 백학마을에 샤인머스캣 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상동에서 자라는 샤인머스캣은 머루에 접목한 묘종(5BB)이다. 과실이 익어도 쪼개지거나 송이에서 탈락하지 않아 재배하기 쉽다. 저온에 보관할 경우 최대 3개월 저장이 가능하다. 수확기는 9~10월이다. 상동 농가들이 신소득 작물로 샤인머스캣을 선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박 조합장은 "3~6월 산딸기 출하가 끝나면, 9~10월 샤인머스캣을 수확할 수 있어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작목 전환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상동 농민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농협중앙회는 작목 전환 지원을 위해 농업인 실익증진자금 6000만 원을 투입했다. 뿐만 아니라 상동농협과 함께 손을 잡고 샤인머스캣 재배전문가인 박재현 농학박사를 초빙, 백학마을 명예이장으로 위촉하고 기술 전수에 나섰다. 3년 후부터 정상출하가 가능할 전망이다. 
 
산딸기와 샤인머스캣은 재배시설이 흡사해 작목 전환이 비교적 수월했다. 과거 포도 재배 지역이었던 상동의 일조량과 적산온도가 샤인머스캣 재배에 적합한 것도 한 몫을 했다.  
 
박 조합장은 "경북 경산과 영천 등 기존 재배지역보다 상동의 기온이 더 좋다. 남부지방이라 수확시기가 한 달 정도 더 빨라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수형이 형성되면 가온재배를 통해 출하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농민이 잘 사는 김해 상동 만들 것"
김해지역 조합 탐방 - ③ 상동농협 박용근 조합장
 

▲ 상동농협 박용근 조합장이 농민소득 향상에 집중하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경민 기자


 매리 출신, 20년 간 하우스 농사 
 소득증대 원하는 농민 심정 공감
 고령자 재배에 샤인머스캣 적합
"농가 소득 향상 큰 역할" 기대 



"최근 기존 특산물인 산딸기와 신소득 대체 작목인 샤인머스캣을 함께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명품 과일로 불리는 샤인머스캣을 대량 생산하고 가격을 낮춰 대중화하는데 기여하겠습니다. 이는 상동지역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해 상동농협 박용근(63) 조합장은 상동면 매리 출신이다. 과거 직접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농민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는 요즘은 부채가 있는 농가가 더 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합장이 되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농민이 잘 사는 상동을 만들기 위해서다.  
 
박 조합장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 농민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생한 만큼 수익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옛날에는 농산물 시세가 좋았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농가가 많이 늘어서 시세가 불안정해졌다. 농사지을 재미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이 과잉 생산될 경우 정부가 수매해서 파기시켜주면 좋겠다. 동물용 사료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면서 "그래야 농산물 시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조합장은 부산 동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6개월 간 부산의 한 페인트 회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월급은 1만 8000원. 그는 입에 풀칠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딸기, 토마토, 수박 등 비닐하우스 농사를 20년 지었다. 당시에는 수입이 좋았다.  
 
그는 "나는 다시 태어나도 농부가 되고 싶다. 그 땐 참 재미가 있었다"며 "토마토 농사를 지을 때면 밤에 천장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토마토가 아른 거렸다. 자신이 키우는 농산물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있어야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조합장은 지금의 농민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소득 작목을 찾기 시작했고, 지난해 전(前) 농협중앙회 김해시지부 주진홍 단장이 권유한 샤인머스캣을 주목하게 됐다. 산딸기와 달리 수확시기도 조정할 수 있고 저장기간도 길어 좋았다. 
 
지난 5월 백학마을에 샤인머스캣 1300주를 처음 식재했다. 3년이 지나야 정상출하가 가능하지만 박 조합장은 벌써부터 애정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는 "상동농협 조합원 중 70%가 60세 이상 고령자이다. 산딸기와 샤인머스캣은 고령자가 하기에 좋은 품종"이라며 "잔손이 많이 가지만 큰 힘을 요하지는 않는다. 샤인머스캣의 경우 열매가 어르신들의 가슴 높이에 열리기 때문에 관리하기도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박 조합장은 "현재는 비교적 젊은 계층인 50대 농민들이 샤인머스캣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점차 어르신들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상동은 도시 근교에 위치해 있다. 농가소득이 조금만 뒷받침 된다면 젊은 층 유입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젊은 농부들이 많이 와서 농가에 활기를 더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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