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암울한 현실을 대변해주는 탓인지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최근에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전파를 줄이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접촉이 권장되고 있는 요즈음 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좀 의외입니다. 지난 6월에 개봉한 박신혜, 유아인 주연의 '살아있다'라는 영화는 개봉 첫날에 20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개봉 5일만에는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7월에 개봉한 '반도'라는 영화는 2016년에 큰 인기를 모았던 좀비 영화 '부산행'의 4년 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개봉 첫날의 관객 수가 35만 명, 나흘 만에 100만 명 돌파, 7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좀비'는 흉측한 모습을 하고 꾸부정하게 걸어 다니는 살아난 시체를 말하는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영화에서나 나오는 공포의 대상이다. 길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느라 꾸부정한 모습이 마치 좀비 같다고 해서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라는 단어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서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제1호 생활필수품입니다. 스마트폰은 전화나 문자 전송, 메일 등은 기본이고 여러 가지 복합기능으로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내손안의 컴퓨터입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스마트폰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서 한시도 스마트폰에 떨어져 살지 못하는 과의존 위험 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국회에 공개한 자료에서 이런 상황이 확인되었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0대 청소년에서 30.6%, 어린이들은 17.9%, 성인은 16.1%, 고령층은 11.7%로 나왔습니다. 10대 청소년은 10명 중 3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상태이고, 어린이들마저 10명 중 1명 이상이 스마트폰 중독 상태라는 것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직 과의존 위험 상태가 아닌 사람들조차도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들여 보느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스몸비족'이라고 부르고 어린이들은 '스몸비 키즈'라고 합니다. 
 
'스몸비족'의 도로 위 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지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스몸비 전용도로가 있습니다. 스몸비 전용도로 바닥에는 '휴대폰 전용 통로'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휴대폰 모양의 그림과 함께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있습니다. 이 전용도로의 옆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안 되는 도로도 함께 설치되어서 스몸비족과 일반 보행자 간의 충돌을 막도록 합니다. 
 
바닥 신호등도 활용됩니다. 횡단보도 바닥에 막대 모양의 LED 신호등을 매립합니다. LED 바닥 신호등의 불빛은 보행자 신호등의 신호와 똑같이 해서 길을 건너도 될 때에는 초록색, 멈춰야 할 때는 빨간색, 신호등이 점멸할 때는 바닥의 불빛이 깜빡깜빡 나타나게 합니다.
 
또한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도 설치돼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사람이 자동차와 부딪히는 위험한 상황의 그림과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걸을 때는 안전하게'라는 글자들을 보도블록 위에 설치합니다. 점형 점자블록 재질로 제작하고 조명을 내장해서 어두운 날에도 보행자가 표시판을 잘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뿐만 아니라 노란 발자국 표시가 있습니다. '스몸비 키즈' 를 보호하기 위해서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약 1m 떨어진 보도 위에 눈에 잘 띄는 노란색 페인트로 발자국을 그려놓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가 바닥으로 향한 아이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멈추고 양옆을 살피도록 노란색 페인트로 '양옆을 살펴요'라는 문구를 같이 설치하기도 합니다. 
 
끝으로 스마트폰 차단 어플리케이션도 논의됩니다. '스몸비'가 횡단보도에 진입할 경우에 자동적으로 스마트폰을 차단해버리는 기술을 탑재한 어플리케이션이 상용화 단계에 있습니다.
 
'스몸비'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사용자들이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어린이들에 대한 안전 교육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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