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유폭포로 올라가는 길목 입구에는 인공폭포와 물레방아 같은 조경과 함께, 옛날에 주민들이 당고개에 쌓아올렸던 돌탑도 재현돼 세워졌다.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대청계곡 수려하고 빼어난 경관
창원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가게에서
마을 이름 '상점(上店)' 유래

"'상점마을'보다 '장유폭포수'라는 지명이 더 유명합니다."
 
상점마을 유금준(63) 이장은 인근 도시민들이나 김해에서 오래 산 어르신들은 마을 이름보다 '장유폭포수'라고 해야 더 잘 알거라고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장유폭포가 있는 마을, 오리와 닭요리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불모산 팔판산 굴암산 능선과 용지봉 아래 대청계곡 등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장유면 대청리 상점마을로 들어서자 산이 퍼뜩 눈앞으로 다가선다.
 
▲ 개발제한구역인 상점마을이 지켜온 장유폭포와 대청계곡은 김해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다.
'상점(上店)'은 창원으로 넘어가는 높은 고개에 있는 가게라는 의미다. 땀흘리며 숨차게 올라와 다리 쉼 하는 고개에는 어쩌면 주막집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고개 이름도 상점령(上店領)이다. 상점마을 사람들은 이 고개를 당고개라 부른다. 매년 정월대보름, 당고개에 있는 당산나무에 당제를 올리는 풍습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상점마을은 장유면에서도 오지였다. 마을에서 대처로 나갈 때는 고개를 넘어 창원으로 나갔다. 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나가는 시간이나 고개를 넘어가는 시간이나 비슷했다. 고개를 넘어 다니는 사람들은 으레 먼저 지난 이가 놓은 돌 위에 또 하나의 돌을 얹었다고 한다. 평안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일제 강점기 때 밤나무 많이 심어
관리 하며 살아가려 사람들 모여들어
숯이나 땔감 만들어 생계 유지

"산만 보면서 살았지요." 상점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살고 있는 최원규(61) 새마을지도자의 말은 이 마을 사람들이 산에 기대어 살아온 지난 시절을 함축적으로 전해준다. "현재의 규모로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일제시대 때부터라고 어른들에게 들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이 밤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밤나무 관리를 하면서 살 목적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숯을 구워 팔거나 나무 장작을 패서 땔감으로 팔며 살았습니다."
 
'숯골'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마을에서 생산한 숯은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숯을 만들기만 할 뿐 파는 건 상인들의 몫이었다. 상인들이 와서 숯을 가져갔다. 장작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짊어지고 대처에 나가 팔았다.
 
▲ 상점마을의 당고개인 '상점령'의 당산나무. 매년 정월 대보름에 여기에서 마을사람들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당제를 올린다.
산에서는 구들돌도 많이 났다. "부산의 온돌은 전부 이 산에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캔 구들돌을 깔았다고 해도 될 겁니다. 부산 뿐만 아니라 인근 대도시에 구들돌이 엄청 팔려나갔어요." 구들돌은 상인들이 트럭으로 실어 날랐다. 숯도 구들도 돈이 되었으나, 고생은 마을 사람들이 하고 돈은 상인들이 벌었단다. 그렇게 산판(山坂:나무를 찍어내는 일판) 일이 많던 시절 상점령에는 예닐곱 채의 집과 술과 밥을 파는 식당도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상점마을 일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연환경은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긴 세월동안 불편을 감수했다. 마을회관도 지난 2008년에야 개발제한구역 주민 보상으로 지어졌다. 1990년대 중반 그린벨트가 완화되면서 식당 영업허가가 났다. 장유폭포를 찾아오는 행락객들이 늘어나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60여 가구 주민 절반이 식당 영업
다른 도시 관광지 아이디어 접목
아름다운 자연 관광자원화에 주민 합심

현재 60여 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주민들의 절반이 식당업에 종사하고 있다. 산에 기대어 살던 삶에서 벗어나면서 마을 형편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마을에서도 계곡을 찾거나 음식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다른 도시의 관광지로 견학을 다녀와 좋은 아이디어를 마을에 접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주차장 시설도 넓혔다.
 
유 이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나 족구장처럼 행락객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시설도 필요하다"며 "마을의 발전을 위해 마을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점마을에서 오랫동안 불편을 참으며 지켜온 대청계곡의 아름다운 자연이, 이제는 상점마을과 김해의 관광자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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