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쏟아진 집중호우로 이달 초까지 손해보험사 12곳에 7000여대의 차량침수·낙하물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정상차로 둔갑해 중고차시장에 나온 침수차를 구입하지 않으려면 정비사와 동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김해 생림면에 위치한 중고차매매시장. 이경민 기자

이달 초 누적 피해 신고 7000여건
자차보험 미가입 포함, 1만 대 추정
정상차 둔갑 후 중고 거래 될 수도
인증·보증 시스템 통해 피해 예방



직장인 김지은(25) 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불안해지자 출퇴근용 차량을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첫 차인데다 모아놓은 돈이 적어 적당한 가격의 중고차를 알아보던 중 가족들의 만류에 부딪혔다. 지난달 쏟아진 집중호우로 침수차량이 늘었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50일 이상 이어진 기록적인 장마에 전국 곳곳에서 침수차량이 급증했다. 때문에 당분간 '무사고차'로 둔갑한 침수차가 중고차시장으로 대량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자동차보험 판매 손보사 12곳에 접수된 차량 침수·낙하물 피해는 총 7113건으로 집계됐다. 자차보험 가입자(71.5%)만 손보사에 신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약 1만 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급증한 침수차는 김 씨와 같이 중고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위험 요소가 된다. 보험사에 인수된 침수차는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무료침수차량조회'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보험사에 접수되지 않은 침수차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사실 침수차의 경우 소유자나 판매자가 침수 사실만 제대로 밝히면 중고차 거래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그러나 일부 비양심적인 중고차 업체들과 정비소들은 침수차를 직접 매입하거나 빼돌려 복원 작업 후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년 간 중고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 유형을 분석한 결과 침수차 구입 피해는 9~11월에 가장 많았다. 정비업체 정비 과정에서 발견된 경우(82.5%)가 대부분이었다.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통해 침수차 여부를 확인한 경우는 극소수(3.0%)에 불과했다. 
 
김해 지호모터스 오민석 대표는 "침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갖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올 연말쯤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침수차는 중고차시장에서 정상차 시세보다 20%가량 낮게 거래된다. 싼 가격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침수차 구별요령으로 악취 여부 확인,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오염 여부 따지기, 고무 패킹 뜯어 흙 또는 물이 있는지 보기, 시거잭 내부 상태 살피기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우 악덕 딜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 대표는 "안전벨트를 통째로 뜯어 신품으로 교체하면 구별이 어렵다. 고무 패킹 역시 미리 뜯어 닦은 뒤 판매하는 업자들이 있다"며 "안전벨트, 고무패킹, 시거잭 등 널리 알려진 방법을 역으로 이용해 침수차를 정상차로 둔갑시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물이 시세 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하면 먼저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면서 "수리를 하면 반드시 흔적이 남게 돼 있다. 침수차와 정상차를 구별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평소 이용하는 단골 정비업소에 의뢰해 동행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서는 '판매자가 고지하지 않은 침수 사실이 1년 안에 밝혀지면, 배상한다'라는 조항을 규정해 두었다. 미리 인지하고 있으면 하나의 안전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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