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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닳는 글쓰기에도 내가 행복한 이유책(BOOK)
  • 수정 2020.08.25 13:33
  • 게재 2020.08.25 13:33
  • 호수 483
  • 6면
  • 부산일보 최학림 선임기자(theos@busan.com)

 조정래의 문학·역사·인생론 고스란히
 등단 50년 맞아 특별판으로 다시 출간
"문학은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작업
 정치 이념 아닌 사람 자체를 받들어야"



역시 탁월한 글쓰기다. 소설가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은 단숨에 읽힌다. 써야 할 것을 쓰고, 해야 할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그러나 빠짐없이 해 놓았다. 이 책은 원래 2009년에 나왔다. 작가의 등단 50년을 맞아 특별판으로 다시 출간한 것이다. 조정래의 문학론 역사론 인생론이 적확하고 구수한 입담에 실려 있다. 독자를 깊이 끌고 들어가는 글이다.
 
그는 좋은 글을 쓰려면 '살 껍질이 닳아지고, 속살이 닳아지고, 뼈가 닳아질 때까지 노력하고 노력하십시오'라고 말한다. 그는 20년 동안 대하소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쓰면서 술을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 매일 원고지 30장을 쓰는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 리듬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만성 피로, 위궤양, 엉덩이 종기, 극심한 몸살, 오른팔 마비, 탈장의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였다. 위궤양을 치료하려면 <아리랑>을 쓰지 말아야 하는데 차라리 위암으로 죽는 게 더 낫다며 글을 썼다. 한 달간 그를 덮쳤던 극심한 몸살은, 시달리다 시달리다 못한 온몸이 차라리 죽여달라고 덤비는 발악 같은 거였다고 한다. 글 쓴다고 너무 앉아 있어 탈장도 됐다. 뼈가 닳는 글쓰기였던 것이다.
 
그는 3다(多)-다독 다상량 다작을 말한다. 그 비율을 4, 4, 2로 할 것을 권한다. 많이 읽는 것으로 그치면 소용없고 그만큼 생각을 깊게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쓰는 것은 그다음이다. 그가 보기에 "문학은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이다. 인간이 빚은 최고의 '물건'이 문학이라는 거다. 그는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그 시대의 산소"라는 문화사가들의 정의를 가져온다.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전할 수 있는 딱 한 가지는 성경도, 철학책도, 역사책도, 사회학 논문도 아닌 '제일 잘 된 소설 한 권'이라는 것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에서 모든 것은 끝난다. 셰익스피어 괴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사회적 역사적 인간적 진실이 '작가 산소 역할'의 핵심이라고 조정래는 말한다. 그래서 하루 16시간을 바쳐 총 1200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썼다. 그는 자기 소설을 읽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독자 말을 가장 좋아한다. 넋을 감동시켰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학이다. 조정래 문학의 가장 깊은 진실은 역사의 주인인 민중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자각을 하고, 우리 역사의 고질인 친일파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그는 <태백산맥>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1994~2005년, 무려 11년의 홍역을 치렀다. 보수 월간지가 '조정래는 역사를 왜곡한 빨갱이'라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태백산맥>이 좋은 작품이라는 글을 썼던 지식인 한둘은 그 잡지에 동원돼 <태백산맥>을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고 주장을 바꿨다. 지식인의 속성이 가볍고 기회주의적이지만, 거기에는 그가 말하는 친일파 문제를 내장한 분단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올곧게 애를 써준 문인이 이어령 권영민 최일남 김훈 등이었다고 한다.
 
경제학자 박현채는 고향 선배이자 빨치산 소년 전사였다. 조정래는 '조원제'라는 이름으로 박현채를 <태백산맥> 인물로 넣었다. 애정과 신뢰의 표현으로 성을 '조' 씨, 존경의 마음을 보태 작가보다 한 항렬 높은 '제' 자, 빼어난 빨치산이란 의미의 '원' 자를 넣은 이름이었다. 61세로 타계한 박현채는 '한 나라의 수상감'이 될 정도로 참으로 빼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시대 속에서 명멸했다.
 
그가 말하는 문학의 객관성은 정치와 이념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 인간 그 자체를 받드는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두고는 3선 개헌 때까지는 국민이 뜨악해하면서 '그래 한번 해 봐라'고 했지만, 10월 유신은 너무 지나친 자기 함정이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보는 것이 역사요 문학이라는 거다. 그것이 큰 차원의 휴머니즘이며 삶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는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북한이 정상 국가로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강물이 결국 바다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듯, 간절한 바람으로 한반도 통일도 결국 이뤄질 거라고 말한다. 
 
부산일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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