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장유도서관을 찾았다. '일제 강점기 한국여성 이야기' 라는 인문학 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여성이 여성을 노래하다'의 저자 신영숙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은 중부 지방 폭우를 뚫고 김해로 달려왔다면서 힘들여 온 만큼 가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남녀평등헌장'을 다 같이 낭독하자고 했다. 그 강의 내용에 곁들인 나의 느낌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근대여성사를 대하는가? 뭔가 억울하게 다가오는 여성사, 억압받은 여성인권 역사는 현재도 진행형이므로 중요하다. 그 한편으로 남성들 못지않은 활약상으로 근대사를 주도했던 여성사를 챙기는데 있어 혹시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국가 보훈처 여성독립운동가 서훈 현황을 보면, 2019년 현재 총 1만 5852명 중 여성 472명으로 2.98%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성독립운동가가 남성독립운동가보다 많지 않았다? 아니다. 절반을 담당했던 그녀들이 발굴. 조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가족과 민족에 대한 '살림' 역할 없이 항일독립 운동이 가능했다고 보는가? 남편, 아들, 아버지, 시아버지, 그들이 항일독립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이 집안 살림을 책임져 주었고 항일조직 살림을 해주었기에 가능했다.
항일독립운동에 있어 남녀가 따로 아니었다.
군자금 모금, 서류와 무기 등 비밀 통신 연락책, 은닉과 간호 등 뒷바라지, 사기 진작과 선전 선동, 포섭, 작식(취사)대와 재봉대. 군가, 노동가, 교육과 홍보, 가사와 자녀 생계 등 여성들은 항일독립운동에 있어 '살림'의 몫을 철저히 담당했다. 박차정, 남자현, 조신성은 직접 무장투쟁에 참여했던 여성들이다.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안살림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그 시대, 항일무장전선에서 여성으로 구성된 '재봉대'는 군복을 만들고, 빨래하고, 수선하는 '안살림'을 맡아 남성들이 전쟁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그녀들은 섬세한 '살림'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니었다. 부대가 이동할 때 무거운 구식 재봉틀을 이고 수십 킬로미터를 행군했던 억척살림꾼 여성항일광복군들이었다.
그녀들은 독립유공자로서 자격이 충분하지만 불행히도 그 활약상에 대한 자료가 희박하다. 자료가 있다고 해도 누군가가 제보해야만 발굴되는 형국이다. 여성독립운동사 와 근대여성사 연구가 보다 활발해지면 인물, 사료 발굴이 가속화되고,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조명돼 서훈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여성이 하늘의 절반"이라는 말이 있듯 항일독립운동사에서 여성이 했던 절반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2019년, 지난해는 기미독립만세운동 100주년 해였다. 한국여성사박물관에서 여성독립운동사 관련전시를 했는데 그 보도를 접한 뒤 우리 김해에서 여성독립운동사 기획전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인 김해문화재단은 어렵사리 자료를 모으고 창의적인 기획을 해 올해 3월,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년 기념 기획 전시 '어와 만셰 백셩들아'를 열었다. 김해문화의전당 윤슬관에서 김해와 인근지역 여성독립운동가를 중심으로 한 한국여성독립운동사 관련 기획전시 '어와 만셰 백셩들아'는 장유 만세운동으로 옥살이 했던 독립운동가 김승태의 어머니 조순남 여사가 쓴 내방가사 첫 문장을 제목으로 삼았다. 전시회는 영상물로 제작돼 유투브 등 채널을 통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지방도시인 김해에서 대한민국 여성독립운동사를 조명한 3월 기획전시에 이어 8월 초 여성독립운동사 관련 특강을 열어, 삼일절과 광복절인 3월과 8월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이천 년 전 수로왕과 함께 김해고대역사를 이끈 허왕후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선구자들로 하여 자부심이 솟는다. 독립운동사에서 비교적 소외된 여성독립운동사를 조명한 여러 활동으로 양성 평등한 역사 운기를 드높이니 김해가 든든하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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