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글로벌 공급망 '로컬'로 점차 전환
노동자 실직 증가, 4차산업혁명 가속화



코로나19가 중국에 확산하던 지난 2월 애플의 중국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애플 생산은 전년 대비 60%가 감소했다. 당시 현대자동차 공장도 멈췄다. 자동차의 혈관 역할을 하는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적시 생산(just-in-time)' 공급이 가능하도록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은 효율성이 높은 반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판명됐다. 기업들은 이제 위험의 회피와 분산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생산 의존성을 줄이려 할 것이다.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의 상당 부분은 로컬 공급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후 지구촌은 탈세계화와 함께 본국 회귀, 즉 리쇼어링(reshoring)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인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세계>에서 코로나 이후 탈세계화가 가속 페달을 밟게 되고 4차 산업혁명이 빨라져 '4차 세계화'와 '디지털 세계화'로 재편될 것으로 예측한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딩, 디지털 플랫폼, E-비즈니스, 핀테크, 사물인터넷에 이르는 디지털 기술과 로봇,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생산의 효율성을 깊이 인식하게 됐다. 이번 사태로 많은 한계 기업들이 파산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4차 세계화'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계되는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물리적인 만남이 없어도 보안 유출 우려가 없는 계약을 체결하고,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클라우딩 컴퓨팅과 연결해서 세계 각지에 있는 생산·유통 시설들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저자는 4차 세계화와 디지털 세계화의 격랑 속에서 한국이 가야할 길을 책의 후반부에서 제안한다. 우선, 퇴조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아시아 역내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이다. 동북아시아 역내 협력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경제번영네트워크 등 지역협력체에 참여해 한국이 무역과 투자 허브가 되는 것이다. 전국을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해 스마트 국토 만들기,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처럼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는 나라 벤치마킹도 있다.
 
저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을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소셜 뉴딜' 등 3개 축으로 진행할 것을 강조한다. '디지털 뉴딜'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드는 것, '그린 뉴딜'은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것, '사회적 뉴딜'은 사회와 경제가 상생하는 것이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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