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덫에 걸린 인류 상황 '침몰 위기'
트럼프 당선, 美 극우·신민족주의 초래
中, '자본주의적 감시공산주의'로 변화
인류 유일한 출구는 '믿을 만한 분배'



20년 전 출간된 <세계화의 덫>은 서구식 세계화의 본질은 '20대 80 사회'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상위 20%가 세계 대부분의 부를 장악하고, 나머지 80%는 빈곤한 저소득층으로 전락한다는 것이었다. <게임 오버>는 <세계화의 덫>을 쓴 저자 2명 중 1명인 독일 저널리스트 한스 페터 마르틴이 쓴 책이다. 핵심 메시지는 세계화의 덫에 걸린 인류의 현재 상황은 거의 '게임 오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침몰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울한 그림이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신자유주의라는 프로젝트는 이제 대, 재, 앙, 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우선 미국 트럼프에 대한 분석을 보자. "트럼프는 결코 미국 유권자의 실수로 낳은 역사적 사생아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이전보다 훨씬 팍팍하게 못 살고 있는 미국인들이 출구로서 어쩔 수 없이 택한 것이 트럼프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수백만 명의 소액 투자자들은, 거대 금융자본가와 전혀 다르게 증시 추락의 최대 피해자 신세다. 2016년 4만 5000명이 자살했고, 아편성 약물로 하루 170명이 죽는다. 이런 불안한 곳에서 걸핏하면 총질이 일어난다. 경제는 어떤가. 중국은 너무 거슬리는 상대다. 2000년대 초반 산업별 생산품 5% 비중이던 중국 수입품은 2014년 30% 비중으로 치솟았다.
 
중국인이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멕시코인이든, 캐나다인이든, 유럽인이든 걸려들면 희생양을 만들고 싶은 게 미국의 심정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위대한 미국' 어쩌구 하면서 럭비공처럼 튀는 트럼프는 하나의 현상이다. 요컨대 신자유주의 아래서 민주주의를 내팽개치고 극우주의와 신민족주의로 치닫는 세계 전반적인 추세의 미국적 현상이 트럼프주의라는 것이다. 트럼프뿐만 아니다. 중국 시진핑, 일본 아베, 러시아 푸틴이 신민족주의, 극우주의, 독재적인 포퓰리즘의 화신이라는 것이다.
 
중국 체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감시공산주의'로 표현된다. 특히 2014년부터 추진해 온 중국 정부의 '사회적 신용 시스템'은 인민 개개인의 점수를 매기는 거다. 중국 정부가 빅브라더로서 인민들을 검열 통제를 한다는 거다.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저크버그가 2010년 말한 것을 실현하고 있는 곳이 중국이다. 이 중국 모델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은 이미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다.
 
초세계화, 디지털화, 주식시장의 붕괴, 기후변화, 대규모 이민은 지금 일반화되고 있다. 이들 요인은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떠받치던 4개의 기둥, 즉 입법 사법 행정 언론을 산산조각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제4차 혁명은 지구상의 수많은 일자리를 증발시킬 것이며, 도박성의 헤지펀드는 세계 금융시장을 실물에 근거하지 않은 허황된 돈 잔치판으로 만들어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있다. 소수는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다수는 빈사의 상태로 나락하고 있다. 인류가 성취한 '열린사회'는 공격당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이 선포한 '자유 평등 박애' 중에서 '자유'만 설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평등'과 '박애'를 회복해야 한다. 덜 지어진 건물 같은 '자유민주주의'을 벗어나 '사회 자유민주주의'로 가야 하며, 나아가 '자유주의'를 포기하면서까지 '사회적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국에서 이미 경제 민주화를 통해 세계화의 덫에 의한 게임 오버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있었다.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인류의 '유일한 출구는 믿을 만한 분배'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류의 새로운 '게임'을 위한 20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그중 몇 가지. '페이스북 구글 등 초국가적 정보문어발들의 소수 독점을 깨야 한다.'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해야 하는데 절룩대는 정치가 이제 전면에 나서야 한다.' '복지국가에 대한 더 깊은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게으름을 피울 용기와 연대적 노동, 기계세 부과를 생각해야 한다.'
 
21세기 인류는 기후 변화, 바이러스 습격뿐 아니라 부의 양극화로 민주주의 위기에도 봉착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부산일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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