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은 바쁘다. 매일 많은 것들이 태어나고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납니다 사라집니다>는 지구별에서 수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언제든 뽑아 쓸 수 있는 일회용 종이컵이 태어난다. 공장 기계가 수십 수백 수천만 개의 종이컵을 쏟아낼 때 구상나무, 야자나무, 맹그로브 나무 수십 수천 그루가 사라진다. 최첨단 기계들이 척척 새 옷을 찍어내는 1분 동안 청개구리들이 사라지고 긴꼬리수달이 자취를 감춘다.
 
빛의 속도로 우리를 온라인 세상 속으로,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소통하게 도와주는 컴퓨터 몇천만 대가 태어나는 시간. 그동안 사라지는 수리부엉이는 몇 마리일까? 뜨거운 폭염을 잊게 하는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에어컨은 하루에 몇 대나 새로 생산될까? 그 하루 안에 사라지는 털줄왼손집게는 몇 마리일까?
 
그림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본질은 몇 대가 만들어지고 몇 마리가 소멸하느냐가 아니다. 태어나는 2만 3000대, 2천 789만 개의 물건과 사라지는 30그루, 1100마리라는 동물은 모두 상징적 수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면서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더 많은 소유와 편리를 위해 인공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땅·바다·대기가 오염된다. 지구촌을 휩쓰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에는 인간의 생태계 파괴도 심한 역할을 했다. 책은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이런 사실을 말해줄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지키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부산일보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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