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미술가 백승호씨는 한옥지붕에서 모티프를 얻어 한옥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진제공=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도시의 삶과 생활방식에 따라
진화해가는 '도시한옥' 재조명
대표건축가·설치미술가 등 6인
24일부터 주제별 다양한 작품 선봬

한옥은 더 이상 오늘날의 대표적인 주거형태가 아니다. 한옥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세대가 누적되면서, 한옥은 우리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옥의 아름다움과 한옥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마련돼 관심을 모은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올해 상반기 기획전으로 'CONTEMPORARY Han-Ok, 현대도시에서 함께 살다'전을 연다. 오는 24일부터 8월 26일까지. 기획전은 현대 도시의 삶과 생활방식에 따라 진화해 가는 '도시한옥'을 살펴보고, 나아가 한옥의 발전 방향을 가늠해 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기획전에는 우리나라 도시한옥의 대표 건축가인 조정구·황두진·김용미·김종헌씨와, 설치미술가 백승호씨, 건축사진가 윤준환씨가 참여한다.

기획전이 열리는 돔하우스 중앙홀에 들어서면, 조정구씨의 작품 '서대문 한옥(제12회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 도입부분인 'Intro-한옥, 살아있다'이다.

한옥의 마루에 걸터앉으면 윤준환씨가 경남 일대의 한옥을 담은 사진 '경남의 한옥'들이 펼쳐진다. 김해 향교, 장유면의 덕정마을, 진례면의 염수당을 비롯해 경남지역에 남아있는 한옥들이다. 정갈하고 단아한 한옥마을의 한 가운데에 앉아 있는 듯한 감동이 생겨난다.

이번 전시는 4개의 소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삶의 형상을 찾아서'에서는 조정구씨의 도시한옥이 선보인다. 조씨는 한옥 건축구법(건축물의 구조방식이나 각 부위의 재료적 구성방법)에 서양의 건축구법을 접목시키고 있는 작가이다. 전통한옥의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 도시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한옥을 짓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인 경주 '라궁'과 서울 '궁중음식연구원'등이 조씨의 작품인데, 관련 영상들과 축소 모형을 통해 조씨의 프로젝트를 읽을 수 있다.

'공적 영역으로 확장'에서는 대규모 한옥을 지어온 김용미씨의 작업 세계를 느낄 수 있다. 한옥이 살림집에서 벗어나 공연장, 전시관, 연회장, 휴양시설 등으로 용도와 규모가 확장돼 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김씨는 김해한옥체험관을 설계한 작가이다.

'한옥 구조 개념의 현대적 적용'에서 김종헌씨는 한옥 공간을 재해석한 새로운 주거유형을 제안한다. 한옥의 안채를 주거 공간으로, 사랑채를 사무 공간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미래형 주거형태를 선보인다.

'한옥의 비판적 진화'에서는 황두진씨가 한옥을 넘어서는 한옥의 세계를 보여준다. 황씨는 '우리 시대 한옥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줄곧 염두에 두어 온 건축가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한옥이 아니라 현대건축으로서 한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황씨는 "한옥이 21세기 현대의 삶을 수용할 수 있는가, 한옥에서 얻은 교훈으로 그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왔다"며 "전통의 극단에 있는 한옥과 대도시의 효율·밀도·시스템의 극단에 있는 아파트가 만나 새로운 형태를 낳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본 전시 중간 도입 부분 'Bridge-Ideal Symbol'은 백승호씨의 설치미술이다. 백씨는 한옥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가느다란 선재(쇠의 종류)로 한옥 지붕을 표현한 작품 '종합차원-탑'은 한옥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켜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 주제를 압축해 보여주는 예술작품이다.

클레이아크 최정은 관장은 "한옥의 원 형태를 보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10여 년 전부터는 바뀌기 시작했다. 보존만 하는 건 오히려 한옥을 낯설게 하고 계승을 힘들게 하는 일이니, 현대의 도시생활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질적·양적으로 축적된 지난 10여 년간의 변화를 이번 전시를 통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기획전의 의의를 전했다. 최 관장은 그러면서 "기와, 와당, 꽃담 등은 건축도자예술의 한 형태"라면서 "이번 전시회가 도예가들이 새로운 건축도자를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기간/3월 24일~8월 26일. 장소/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문의/055)34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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