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은 인류 기원과 진화의 비밀이 '지구 자연환경'에 있다는 것을 밝힌 '빅 히스토리' 책이다. 지구의 활발한 지질학적 힘들과 생물지리학적 환경이 인류 진화와 문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행성은 끊임없는 활동이 일어나면서 늘 얼굴이 바뀐다. 지구 판의 움직임 때문이다.
 
거대한 화산군이 폭발하고 지진으로 땅이 진동하고 거대한 산맥들이 무너지고 부서진다. 인간이 탄생한 결정적인 첫걸음은 이 모든 격렬한 활동을 견인하는 '판들의 활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아프리카에서 인류가 탄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고대문명이 탄생한 곳의 비밀도 지구 판들의 충돌에 있다. 지각이 솟으면서 강이 흐르게 되고 주변에 비옥한 토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만 1000년 전에 시작된 신석기 농업혁명은 당시에 50만 년 이래 가장 따뜻하고 안정적인 기후의 간빙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석탄의 정치학이란 것도 있는데 산업혁명에 동력을 제공한 탄전 분포 지도는 영국의 정치 지형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최초의 주식 시장, 즉 자본주의가 등장한 것은 물속에 잠겼던 땅을 개간하기 위한 비용 마련 때문이었다고 한다.
 
물, 해류, 바람, 금속, 석탄, 석유를 통해 이뤄진 인간과 문명의 진화를 대단히 색다른 관점으로 다룬다.  

부산일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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