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늘면서 업무 과다를 호소하는 택배기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택배업계의 인력 충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물량 폭발적 증가
 배송 늘어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 
 불만신고 늘고 사비 배상 경우도
"업체·정부 등 대책 마련해야"여론



"'코로나19 특수'요? 회사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일거리가 더 많아져 힘들어요. 적게 일하고 적게 받을래요"
 
지난 17일 김해 삼계동 한 아파트 입구. 택배기사 김민철(가명·58) 씨는 땀으로 젖은 이마를 닦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에 비해 물량이 하루 100개 정도 늘었다"며 "손은 그대로인데 일은 많아지니 퇴근시간이 늦다"고 했다. 이날 그의 배송 물량은 300개를 웃돌았다.
 
건당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택배기사들은 업계 호황과는 달리 업무가 과도할 정도로 많아져 팍팍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하루 업무 시간은 12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김 씨는 "오전 7시에 출근했지만 퇴근은 오후 10시가 넘어갈 것 같다"며 "하루에 1000세대 이상의 대형 아파트 3곳, 중·소형 아파트 2곳을 혼자 배송한다"고 전했다.
 
이는 김 씨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이 업무 과다를 호소한다. 
 
업무 과다는 택배 업계의 공통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택배업계의 인력 충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은 안 되고 있다. 정부 대책도 아직은 요원한 실정이다.
 

김민철 씨가 업무 중에 사용하는 장갑.


앞서 지난 8일에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김원종(48) 씨가 과로로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12일에는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일용직 장덕준(27) 씨가 숨졌다.
 
같은 날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김동휘(36) 씨도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택배노동자가 올해만 벌써 열 명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종사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불만신고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배송량 증가에 따른 불만신고 접수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지난 9월 '택배화물운송서비스'관련 상담은 699건이다. 앞서 8월이 450건이었던 것이 비해 55.3% 높아진 건수다. 업체로 바로 항의하는 것 등을 포함할 땐 실제 불만신고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해지역 한 택배기사는 "경험상 분실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며 "'문 앞에 놔 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뒀지만 결국 분실돼 불만신고가 접수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항상 부족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사비로 물어주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택배기사는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덩달아 노동 환경은 열악해지고 업무는 과도해지고 있다"며 "업체는 물론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경남도는 택배기사 등 필수노동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11월부터 이들 노동자의 급여수준, 건강상태, 방역실태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김해뉴스 최인락 기자 ir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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