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가 부산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 유기동물 사료배식 작업(오른쪽 위)과 동물 밥그릇 설거지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김해유기동물 1500마리
반면 자원봉사자 발길은 '뚝'
입양비율 13~19% 수준으로 낮아
봉사단체 "사지 말고 입양해주길"



"다치거나 병든 동물이 보호소에 와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죠. 다리 하나가 없이 옮겨진 동물도 있고, 병을 이기지 못해 보호소 안에서 죽는 경우도 봤어요. 일주일에 한 번 봉사활동을 와서 밥을 주고 청소해주는 것 외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지난 24일 오전 9시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유기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봉사자 김다현(20) 씨는 이같이 답했다. 이들 봉사자를 괴롭게 하는 것은 역한 냄새나 강아지·고양이 울음소리, 신체노동에서 오는 피곤함보다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지만은 않은, 동물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접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김해의 경우 지난해 1만 가구를 넘어 현재는 1만 7000여 가구에 이른다. 반려견의 수도 약 3만 마리에 달한다. 
 
자연스럽게 유기동물 발생량도 증가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김해지역 유기동물은 2016년 801마리, 2017년 1251마리, 2018년 1382마리, 2019년 1826마리, 올해 10월 기준 1487마리로 꾸준히 증가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반려동물의 수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유기동물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를 관리할 인적 자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유기동물보호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관심·걱정으로 보호소에 봉사를 나가는 시민들은 여전히 있다. 일손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힘 닿는 데까지 보호소의 모든 크고 작은 일을 도맡는다. <김해뉴스> 취재진도 이들과 동행해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날은 총 5명의 봉사자가 보호소를 찾았다. 각자 비닐장갑과 앞치마, 장화를 착용하고 배변 치우기, 내부 청소 등 일을 시작했다. 기자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동물들 밥그릇 설거지였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이 약 100마리, 한 마리당 2개의 그릇(물·사료)을 사용하니 어림잡아도 200개의 그릇이었다. 단순한 일이라 난이도는 낮았지만 노동 강도는 꽤 높았다. 
 
이후에는 '분양실'에 있는 강아지들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작업을 했다. 1세 미만, 8세 이상 강아지에게 주는 사료와 나머지 강아지들에게 주는 사료가 달랐다. 이 역시 노동 강도가 그리 높진 않았다. 하지만 봉사자 김 씨가 말했듯 '반려동물'이 아닌 '유기동물'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작업해야 한다는 점이 힘든 부분이었다. 
 
문득 짧은 머리를 한 남자 봉사자가 눈에 띄었다. 공군 소속으로 군 복무 중인 백정빈(20) 씨였다. 휴가를 나와 부대 복귀를 하루 앞두고 봉사를 하러 나왔다고 했다. 심지어 군에서의 보직도 '군견관리병'이라고 했다. 백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이곳에 매주 봉사활동을 했다"며 "가뜩이나 요즘 봉사자 수가 줄었는데 나도 군인 신분이라 매주 오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쉬거나 노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곳 보호소의 동물들이 입양되는 비율은 낮다. 지난 7월에는 173마리 중 28마리만이 입양됐고 8월은 156마리 중 22마리, 9월은 133마리 중 26마리, 이번 달(25일 기준)은 96마리 중 13마리만이 입양됐다. 
 
고등학생연합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뭐멍냥'을 창립한 신보경(20) 씨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자연사·안락사하는 동물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며 "동물을 잃어버린 경우 공고를 보고 찾으러 와서 주인에게 반환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를 보호해줘 감사하다'는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태가 왜 이러냐'며 오히려 화를 내더라. 보호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면서 '반려동물'처럼 관리되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돈을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보호소·봉사자들이 동물들의 삶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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