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갑순 수필가

만추의 김해는 아름답다. 
 
가야누리 길은 가을 단풍과 갖가지 열매들이 산책자들을 맞는다. 
 
적당히 세월의 강을 지나온 시니어들이 산책로를 쓸고 있다. 새벽 봉사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용돈까지 생기니 기쁨이라신다. 시니어들의 표정 속에 지난 삶을 읽는다. 그들은 세상의 풍파를 칠팔십년 겪어왔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산책로를 쓸며 미소할 수 있음은 그야말로 삶의 철학자들이 아니던가.
 
철학은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와 삶의 방식에 대해 길을 열어준다. 끊임없이 행복을 찾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고 지침이 된다. 해마다 가야고도 김해는 자연의 열매만큼이나 각종 예술제를 통한 전시와 문화행사가 열린다. 예년 같으면 문화의 거리 곳곳에 플래카드가 걸리고 축제의 행렬이 이어지는 시기다. 이에 시민들은 문화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돋우어 풍성한 계절을 즐겨왔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는 좀 다른 풍경이다. 
 
세계적 감염 병으로 우리 모두는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견디느라 초긴장 상태다. 비대면 행사들이 있으나 거리가 좀 스산하다. 모두가 묵언수행자마냥 마스크로 입을 봉하고 살아가고들 있다. 요즈음이야말로 종교, 철학, 대중문화예술 등 위로 자가 필요하다. 
 
외출이 어려운 이즈음 꽃미남 가수들의 트롯 열풍 속에 가수 나훈아의 '테스 형'이 숟가락을 한 개 더 얹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며 우리 삶이 왜 이러냐고 질문한다. 이 노래 구절은 답답한 우리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삽시간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며 기원전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소급해서 인생과 사랑, 흐르는 세월 속 이 시대 부조리를 묻고 있다.  
 
소크라테스에게 삶의 고단함을 질문할 수 있음은 철학이 주는 존재의 의미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아테네의 시민들에게 문답을 통해 사람의 무지를 깨닫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돈을 받고 지식을 파는 소피스트로 인해 혼란해진 아테네는 새로운 스승이 절실히 필요 했다. 그 때 나타난 사람이 소크라테스였다. 그는 진리와 도덕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절대적인 가치기준을 제시하며 논리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윤리학에서도 행복주의에 머물기보다는 순수한 이상을 추구했다. 소크라테스는 상식으로 통한 신념을 평가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무엇이든지 의문을 가져보라고 한다. 그러면 고정관념을 깨뜨릴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역사 속 우리 삶은 한 시도 조용한 때가 없었다. 전쟁과 기근, 전염병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고, 우리나라는 강대국의 틈서리에 늘 몸살을 앓아왔다. 그때마다 우리는 지혜를 발휘하여 잘 견뎌 오지 않았던가. 어려운 고비를 겪으면서도 이만큼 발전해 왔고, 지금도 선진국 대열에 들기 위해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고 있다. 고통과 고난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굳건하게 견디어온 우리들이다. 시시때때로 찾아온 고난을 우리는 회복탄력성의 정신력으로 견디어 오지 않았던가.
 
둘러보면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겨온 우리 주변의 선배 어르신, 부모님들이 바로 철학자이기도 하다. 구태여 커다란 공을 세우고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충실히 긍정의 삶을 엮어가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철학자요 위로 자가 아니던가. 아침마다 산책자들을 위해 빗자루를 들고 공원을 청소하시는 분들, 태풍과 장마 속에서도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재래시장 골목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위로 자요 철학자들이다.  이들 모두는 가야인들의 문화와 역사, 상상력을 자극하여 우리지역만의 고유한 정서와 사색들이 삶을 순화해 오고 있지 않는가. 우리 문화를 지켜 나가는 삶의 철학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이것이야말로 철학과 삶이 공존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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