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순경 이준수

지난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의 생활 방식이 바뀌게 됐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등교하던 학교를 한동안 격일 또는 격주로 가야 했고, 집에서 듣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지역 내 학교들이 매일 등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갑갑해 보이는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의 생활이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학교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받아 왔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에 가는 일수가 줄어들다 보니 사실 자연스레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전체 경찰서에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는 167건이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접수된 신고 건 수 188건보다 조금 줄어든 정도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도 여전히 학교폭력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오늘 날의 학교폭력의 특징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교내 폭력 서클에 속한 학생들이 우월한 힘을 이용한 신체적 폭력이 대부분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는 SNS를 이용한 사이버 폭력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요즘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또 다른 특징은 저연령화 현상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부모들이 연락 수단으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게 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부터 스마트폰과 접촉하다 보니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자극적인 정보에 쉽게 노출되면서 폭력적인 성향이 짙어지게 된 것이다. 흔히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자아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 상태 또는 반항과 일탈 행위를 '중2병'이라 일컫는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이를 '초4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학교폭력 저연령화 현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지난해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피해응답률이 가장 높았으며 피해유형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언어폭력(35.6%), 집단따돌림(23.2%), 사이버 괴롭힘(8.9%), 신체폭행(8.6%)등의 순이었다. 특히 사이버 괴롭힘의 비중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며 신체폭행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2012년도부터 '학교전담경찰관'(SPO; School Police Officer)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이하 SPO)은 학교를 드나들며 학교폭력 예방과 가해학생 선도 및 피해학생 보호·지원, 범죄예방교육을 담당하는 경찰관이다. 현재 약 1000여 명의 SPO가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을 예방·근절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졌지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보복을 두려워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분명 있다. 이제는 피해학생 스스로의 신고만으론 부족하다. '나'의 일이 됐을 때 그제서야 행동한다면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방관자가 아닌 목격자로 탈바꿈해야만 학교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신고 및 상담이 필요하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117번으로 연락하길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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