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재 김해뉴스 독자위원·김해문화네트워크 대표

우왕좌왕하는 사이 어느덧, 10월 말이 돼 버렸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확산으로 속수무책 시간과 삶을 빼앗겨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관계의 패턴에도 너무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변화에 서서히 적응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으면서 또 다른 삶에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가시적이고 습관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은 마스크입니다. 집밖으로만 나가면 마스크를 낀 사람들만 보게 되는 진풍경이 이미 익숙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만날 때 눈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평소에 누군가의 눈을 바라본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한 후에는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눈'인 듯합니다.
 
그런데, 눈만 바라봐도 사람이 구별되니 신기한 일입니다. 물론 다른 정보의 수단들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지나면서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서로 알아보고 반가워합니다.
 
별 생각 없이 지나치며 살았는데, 눈만 보고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참 감사합니다. 관심일 테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눈을 '마음의 창'이라 하기도 하고, 눈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리와 고민들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몇 달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친구와의 관계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진작 친구들을 만나 '관계'를 배워갈 아이들이 아직 그것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오랜 시간 대학 강의를 하면서 강의식 수업에 한계를 느껴 몇 해 전부터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바꾸며 강의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강의해야하는 상황이 닥쳐 온라인으로만 이러한 소통을 끌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전달의 한계, 다양한 도구 사용의 한계, 무엇보다 현장감에서 오는 심리적인 임팩트가 질적으로 커버할 수 없는 한계임을 깨닫습니다.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또 한 번의 경험하지 못한 시간들을 지나가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막막한 두려움이 우리의 마음을 먼저 힘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매일의 관계 속에서 지혜롭게 살아가야합니다.
 
최근 종종 페이스북 친구를 정리하는 분들의 소식을 접합니다. '빵나무 열매끼리의 만남(A Meeting Between Breadfruit)'이라는 실험으로 테스트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SNS에서 '누가 사진이 없는 나의 텍스트를 끝까지 읽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들의 관계들이 많이 복잡해져 있다는 방증일 수 있겠습니다. 보다 진중한 관계들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겠지요.
 
포스트 코로나는 폭넓은 관계보다 집중된 관계를, 거짓과 진실의 밀고 당기기보다는 깔끔한 비즈니스 관계를 중심으로 정리되어가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의 관계들을 돌아보면서 한번쯤은 집중해볼 시간이 필요한 시기인듯합니다. 이 시기에 누가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해질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다음의 한걸음을 디뎌낼 것인가는 이제 각자에게 달렸습니다. 사람들의 멈춤이 자연의 정화로 이어졌듯, 우리가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점이 결국 자신과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한 곳으로 인도해 갈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로컬 김해가 다시 한 번 경쟁력을 가지고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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