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코로나19 사태로 조상을 모시고 다례를 지내는 우리의 전통 명절인 추석에도 정부와 각종 미디어들이 총 동원돼 귀성을 자제하라며 우리 사회가 극도로 위축되어있던 슬픈 그때, KBS 2TV에서 방영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불리었던 '테스형'이라는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서 그가 부른 '테스형'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칭한다. 그는 9가지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이 노래를 발표하고 '논개',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의사들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음에도 중국에서 불법 유통을 확인,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이 관련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관련 부처에 요청하기도 했다.
 
'소크라테스'는 절대 진리를 강조했고 탐구방법으로 귀납적 문답(산파술)을 제시했다. 정신을 강조한 그의 철학은 제자인 '플라톤'에게 이어졌고, '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는 30년 동안 아테네 시민의 양심과 교육, 청년들의 인격을 각성시키기 위해 시민들을 가르치고 호소했고, 항상 어떻게 살 것인가 진실하게 아름답게 보람되게 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기원전 399년 당시 70세의 '소크라테스'는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려던 권력자 '아뉘토스'의 사주를 받은 젊은 시인 '멜레토스'의 고발로 시민 500명으로 구성된 법정의 투표결과 사형 선고를 받았다. 아테네 시민은 국가가 정한 신을 믿지 않고 청년을 부패 타락시켰다는 죄명을 그에게 씌웠던 것이다. 재판정에서 사형언도를 받고 죽기 직전 제자 '플라톤'에게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유언을 남기고 잔에든 독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시민들은 '아뉘토스'가 퍼뜨린 '가짜뉴스'를 진실로 생각해 '불경'이라는 추상적 죄목으로 사형을 내렸던 것이다.
 
2400년 전 당시 아테네는 직접민주주의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의회·행정·사법의 3권이 모두 시민들의 아고라에 있었기 때문에 대중을 설득하는 '수사학'이 발달했었다. 그러나 당시 아테네에서 이성적으로 지적한 사람은 바보가 되고 달콤한 말로 진실을 왜곡하고 선동하는 이들이 사회 주류인양 목소리를 높이는 궤변론자로 불린 '소피스트'들이 득세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는 21세기의 직접정치를 보는 것 같다. 수많은 군중들이 표출하는 의견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좌,우 모두가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옳은 것이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잘못된 것으로 옳고 그름을 호도하는 현상이 비일 비재하다.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독단과 독선으로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거짓과 음모를 사실로 둔갑시키는 것은 인간의 이성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신에게 절대 오류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치명적 독을 품는다"고 했고, 또 "가장 정확한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하며, 다양한 입장에서 다른 생각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위정자가 독선으로 다스리고, 국론이 분열될 때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 지금의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리 없는 전쟁과 같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방이라고 할지라도 자기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보가 없다. 독선을 경계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이다. 진실을 위해선 수많은 의견과 논박이 있어야 하고 그 토론에는 이성과 논리가 전제돼야 한다. 눈을 가리고 만진 코끼리의 형상이 제각각이듯, 경험적 사실은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대표하는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나와는 다른 의견이라도 이성적 판단으로 국가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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