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를 줍는 한 노인이 폐지값이 폭락해 생계수단이 막막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원소정 기자

수출길 막혀 폐지값 반토막 나
폐지 수거 노인들 생계 위협
시 차원의 지원책 마련 필요



"고물상 열 번을 왔다 갔다 해야 6000원 정도나 벌까 몰라."
 
김해에서 폐지를 줍는 최 모 할머니는 폐지를 수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나가는데, 폐지값이 폭락하면서 생계수단이 더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리어카 한 대를 가득 채우면 무게는 16kg 정도다. 할머니가 혼자 끌기에는 다소 버거울 정도였지만 그것도 채울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최 할머니는 "작년만 해도 1kg에 60원을 받았는데 이젠 40원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2년 전 중국이 폐지를 비롯한 24개의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을 중단하자 국내 폐지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제지 수출길이 막히면서 폐지 가격도 반토막으로 폭락했다.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기 전인 2017년 폐지 1kg당 가격은 150원을 웃돌았지만, 수입 중단 직후 2018년에는 80원으로 하락했고 현재는 절반인 40원까지 떨어졌다.
 
피해는 오롯이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갔다. 반면 골판지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박스 수요가 늘어 원재료인 폐지 가격 하락의 혜택을 봤다. 그런데도 재활용산업의 막바지에 있는 노인들은 그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김해시내에 위치한 재활용품 수거업체 연지자원 관계자는 "제지 공장에서는 폐지가 모자란다고 난리"라며 "폐지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다 보니 폐지를 가져오는 노인이 작년에 비해 50% 줄었다. 폐지의 재활용률도 높이고 노인들의 생계수단도 보장해주려면 폐지 가격 안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경우 폐지 줍는 노인들을 자원관리사로 선정해 폐지 1kg 당 시중 가격 평균보다 높은 70원을 적정가격으로 책정하고 그 차액을 지원한다.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폐지 줍는 노인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김해시의 경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았다. 
 
김해시 관계자는 "시 관할 자원봉사센터에서 손수레, 안전용품과 같은 물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금성 지원이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이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예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노인들이 생계수단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시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원소정 기자 ws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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