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가 시끄럽다. 학교폭력이 그 이유다. 학교폭력이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인 양 난리다. 학교폭력을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복수 담임제 도입과 학교스포츠 활성화인데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뉴스는 전한다. 정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17에 신고하면 학교폭력을 해결해 준다고 홍보한다. 학교폭력의 근원적 문제가 무엇인지 보다 여론을 인식한 정치적인 대책 뿐이다.
 
몇 년 전 교육복지정책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였다. 많은 책 가운데 닉 데이비스의 '위기의 학교'(The School Report, 2007)는 제목에서 주는 강렬함도 있었지만, 첫 장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그 이유는 교육정책의 이론적인 논쟁이 아니라 영국의 교육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참상(!)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아이들이 교육정책에서 소외되어 너무나 처참하게,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국아이들과 우리아이들의 아픈 목소리가 동일해서 마음이 아팠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는 사실에 새삼 분노가 치밀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공부해야 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정할 수 있었다.
 
옮긴이 이병근은 이 책을 통해 닉 데이비스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한다. "교육 정책을 정치적인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며, 계급 사회 구조를 타파하고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분발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 간 불평등과 재정 부족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황폐화를 막아야 하며, 교육 전문가 집단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진정으로 학교 현장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는 교육에 있어 시장화 전략이 공교육 체제를 무너뜨리고 교육현장을 얼마나 비교육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고발인 것이다.
 
닉 데이비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네덜란드에서 배우라고 한다. "핵심은 전통적인 학문 중심의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학교교육을 즐기며 누리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또 말한다. "학교에 온 아이들이 자기 수준에 알맞게 공부하게 되면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고 그로 인해 높은 자기 존중감을 갖게 된다. 자신감이야말로 많은 학생들이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두 나라의 교육재정 및 교육목표, 지원체계가 달라 성공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러한 해결책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문제에 주는 시사점은 있다. 이미 영국에서 10년 전 실패한 정책을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입,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 다양화정책, 일제고사를 통한 학업성취도의 학교별 공개, 특목고와 일반고의 예산 차별지원, 학교폭력 문제해결 방안 등이 모두 그러하다.
 
나는 아이들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교육정책이 공공성과 공정성을 더 확보하기 바라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호기심에 찬 질문으로 재잘거리기를, 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들을 쏟아내면서 시끌벅적하게 생활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교육운동가 윤남식
김해 출신. 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에서 일하면서,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김해지회장·교육시장화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김해공공도서관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다문화 강좌·인권 강좌·김해문화재기행 강좌를 실시하고, 결혼이주여성독서모임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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