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입구 앞 잡목으로 무성한 나대지에 육가공 식품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 건너편으로 ‘사람중심 새로운 창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전형철 기자

진해 남문지구 5000여 가구 반발
5개 아파트 연합 비대위 구성
창원시·경자청 “법적 문제 없다"
입주민 "시민 우롱하는 기만행위"



창원시 진해구 남문지구 5000여 가구 입주민들이 주민 동의 없이 대형 육가공 식품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 달라며 정부 및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창원 진해 남문지구 입주민들은 인근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남문지구발전협의회라는 비상대책위를 꾸려 공동으로 식품공장 건립에 대응하고 있다. 식품가공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진해구 남문동 1270-1번지 부지와 60여m 앞에 있는 시티프라디움1차를 비롯 인근 시티프라디움2차, 호반베르디움, 하우스디, 리젠시빌란트 총 5개 아파트 단지가 연합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민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창원시와 이 지역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지역 경제 살리기와 기업 유치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학교용지가 산업용지로 변경
 
해당 부지의 개발계획 변경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이다. 지난 2007년 2월 경제자유구역 남문지구 개발·실시계획 상 당시 재정경제부에서 승인 고시된 해당 부지용도는 공동주택지, 학교용지였다. 그러나 구역 내 산업용지 수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인근 아파트 건축 허가 전인 2012년 8월 경자청에서 부지 개발계획을 변경해 산업시설용지로 용도가 변경됐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식료품 제조업종 추가는 2018년 산자부 승인고시에 따라 지난해 10월 새롭게 추가됐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연합회 측은 인근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2017년 이후인 2018년 11월에도 주민에게 어떤 고지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없이 금속가공 및 전자부품 제조 등으로 한정했던 산업시설 유치업종에 식료품 제조업을 '은근슬쩍' 추가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자청 관계자는 "업종 추가의 경우 경미한 변경으로 법적으로도 주민 의견 청취 대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육가공 공장에 이어 김공장까지
 
한 입주민은 "육가공 업체 뿐만 아니라 그 옆에 김 가공 업체도 들어온다고 한다. 아파트 바로 앞이다. 여름에 고기 썩는 냄새, 들기름 탄 냄새가 진동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대단지 아파트 바로 앞에 공장이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대형 트레일러와 트럭들이 다닐텐데 아이들이 걸어서 초등학교·중학교를 통학하고 있어 큰 위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도형(49) 남문협의회장은 "총 5000여 세대, 주민 1만4000여명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사업을, 경자청과 경남도·창원시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경자청 "인허가 결정된 것 아냐"
 
주민들의 반대는 경자청도 인지하고 있다. 경자청 관계자는 "아파트와 공장이 가깝고,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문제도 잘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기업 유치를 하는 부서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장 건설 인허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문제가 제기된 부분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경자청 설명과 달리 협의회 측은 공장 건립은 이미 허가가 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최근 육가공업체 하이랜드측이 경자청과 가진 면담에서 공장 설계·추진과 관련해 선투자된 금액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또 이 자리에서는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민원 해소를 위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 주민 반발에 난감해진 창원시
 
창원시는 지난 9일 시민 609명이 제기한 '주민 동의 없는 아파트 단지 앞 공장 건립' 시민 청원에 대한 답변을 시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박진열 경제일자리국장은 답변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은 경자청 소관”이라며 “하지만 별도의 주민의견 수렴절차가 없었던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입주 예정인 식품제조 업체는 1차 가공된 수입 냉동육을 진공 포장 상태로 반입해 단순 가공·절단·소분·포장하는 2차 가공업체로 해당 업체의 부산·이천공장을 방문 확인한 결과 악취·소음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역 주민에게 현장 공장방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차량 통행으로 우려되는 교통문제는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민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개선책을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댓글에는 '집하고 공장 거리가 걸어서 30초다. 말이 안된다', '주거지 바로 앞을 산업용지로 바꾼 것부터가 잘못된 행정인데 그것보다 더한 식품가공공장까지 추가하나. 다시 돌려놔라', '아파트 짓고 사람 살라고 해놓고 뜬금없이 공장 짓는 건 어느나라 도시개발인가' 등 비난의 목소리가 여럿 달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 갈등 해소와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 결론이 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원시가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입주민은 "창원시는 지난해 12월 육가공업체 하이랜드 이노베이션과 일본 김 가공업체 코아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면서 "당시에는 이 사업체 공장 건립 장소는 정확한 주소지 없이 진해 남문지구로만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해각서 체결 시점에 이미 창원시도 문제를 인식했을 것으로 안다"며 "지금에 와서 경자청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질타하고 있다.
 

■ 입주민들 "행정소송도 불사"
 
입주민 대표를 맡았던 송종화(72)씨는 "올해 2월 아파트 대표 자격으로 창원시와 경자청 관계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식품공장을 알게 됐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당시 관계자들은 앞으로 주민 의견을 듣겠다며 돌아갔다. 그러나 만남 이후 불과 며칠 뒤 창원시와 해당 식품업체가 토지 사용에 대한 계약을 진행한 것을 알게 됐다. 뒤로는 계약을 진행하면서 앞으로는 주민 의견 반영하겠다는 시나 경자청의 입장은 그야말로 기만행위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연합회 측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지역 경제 발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부분도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민 김철호(38)씨는 "하이랜드의 상시 근무직원수는 44명인데 갑자기 60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믿을 수 없다"며 "그간 하이랜드가 진행했던 채용공고는 주 6일 노동에, 최저시급에, 비정규직이 대부분인데 지역 일자리창출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냐"고 반문했다.
 
강도형 협의회장은 "사람 중심 도시를 표방한 창원시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도 어떠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의회, 도의회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어디에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회 측은 향후 공장 건립이 강행될 경우 주민 서명 등을 진행하고 행정소송과 관계자 검찰고발 등 법적 행동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김해뉴스 전형철 기자 qw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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