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사는 편입니다.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는 저를 인정해 주는 직장이 있고 틈틈이 자원봉사를 하고, 사업을 해 보겠다는 꿈도 있는데 불행할 틈이 있겠습니까?"
 
필리핀 이주노동자인 레이 바우티아 벨트란(Rey Bautista Beltran·38) 씨는 주촌면에 위치해 있는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도로표지판 및 산업안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레이 씨의 직급은 대리이다.
 
"직급이 있다보니 책임감도 커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 알아서 일하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저를 따르는 후임들도 있으니까 앞으로도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레이 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6년이었다. 한국에서 일하다 지난 2008년 필리핀에서 결혼을 했고, 그의 아내는 현재 필리핀에 머물고 있다. 아내와의 전화 통화 말미엔 'I miss you(그리워)', 'I love you(사랑해)'라고 말할만큼 애달픈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그이기도 하다.
 
레이 씨에 따르면 지금처럼 그 당시에도 한국에서 일하려는 필리핀 젊은이들이 많았다.
 
"필리핀인들이 볼 때 한국은 일하기 좋은 곳입니다. 필리핀에 비해 월급이 많고, 고용보험에도 가입이 되니까요. 제가 알기로 필리핀에는 고용보험 제도가 아직 없거든요. 고생을 무릅쓰고라도 꿈을 위해서라면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그는 오로지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기계를 다루는 일이 그의 주된 업무인데 직급이 있다 보니 후임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또 주말 등 여유시간에는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를 찾아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처음 한국에 오는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멘토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궁금해 하는 것을 알려주고 정착하는 데 필요한 행정업무 등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일도 일이지만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것 같습니다."
 
오는 11월 취업비자가 만료되는 그는 그의 고향인 노만시아로 돌아간다. 노만시아는 필리핀 까띠끌란에 있는 소도시로,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보라카이와 5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져 낚시 등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좋은 추억이 많은데 갑자기 끄집어 내려니까 생각이 잘 안납니다. 애버랜드에서도 즐거웠고 부산타워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무엇보다 좋은 한국사람들을 만나, 지난 시간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어서 기쁩니다. 형처럼 대해주시는 사장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레이 씨는 고향에 가면 사업을 해 볼 요량이다. 대학가 주변에 땅이 있는데, 좋은 아이템을 찾고 열심히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게 레이 씨의 생각이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이 저에게 기회를 준 것이죠. 늘 고맙고 그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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