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ㆍ11 총선 전국 최대 격전지인 김해 을의 표심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금품제공설, 노건평 씨 검찰 수사 등 각종 악재가 불거지면서 양 쪽 캠프는 민심의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김명규 기자 kmk@

검찰, 김태호 후보 소환 신중검토, 경찰도 성추행 의혹 관련 조사
김 후보측 "모두 허위사실"… 곤혹

노건평·노정연 씨 관련 의혹 수사
김경수 후보 이미지 손상 우려 민주통합당 "검찰 선거개입" 반발

정치개혁 바라는 유권자들 '싸늘', 김태호 TV 토론 외면도 구설수

4·11 총선을 보름 정도 앞둔 시점에 전국 최대의 관심지역으로 거론돼 온 김해 을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와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가 저마다 악재를 하나씩 떠안은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난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해 을에서는 판세를 뒤흔들 만한 변수들이 등장했다. 김태호 후보와 관련된 '금품제공·성추행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에 대한 검찰 수사다. 양측 다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불씨를 조기에 차단하려 애쓰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부산일보와 KNN은 지난 25일 김해 을 지역의 성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의 지지도가 48.7%로 나와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42.6%)를 6.1%P 차이로 앞섰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5.7%P). 반면, 경남신문이 지난 24~25일 김해 을 지역의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지지율 40.2%를 기록, 27.6%를 기록한 김경수 후보를 12.6%P 앞섰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8%P).

■ 김태호 후보 악재, 금품 제공·성추행설
지난 19일 김해에 사는 50대 주부 김 모 씨가 "김태호 의원이 지난해 10월 말께 내가 동석한 김해 장유의 한 노래주점에서 50만 원을 냈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가와 유권자들은 들썩거렸다. 김 씨는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김 후보 측은 즉각 '음해'라고 주장하며 배후를 거론했고, 그를 지지하는 '태호사랑모임' 회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주부 김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주부 김 씨는 다시 '태호사랑모임' 회원들의 기자회견 내용을 재반박했다. 사건은 진행 중이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금품제공 건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진실 규명의 공은 검찰한테로 넘어갔다. 창원지검 공안부는 현직 의원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직접 수사 방침을 정하고,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제113조)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미 주부 김 씨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고, 관련자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후보를 소환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김해서부경찰서는 김 후보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금품제공, 성추행 모두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다. 검찰이 배후 세력의 실체를 빨리 밝혀주길 바란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문제가 선거 판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한 만큼,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 선거 전에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회사원 김민식(45ㆍ내외동) 씨는 "폭로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그 자체가 실망스럽다"면서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 김경수 후보 악재, 노건평 씨 등 수사
김경수 후보도 뜻하지 않은 유탄을 맞았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70) 씨의 공유수면 매립허가 개입 의혹과 함께, 받은 돈의 일부가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신축에 사용됐는지를 수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김 후보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에 대한 외화 밀반출 수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리한 상황에 처한 터였다. 지역 정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김 후보로서는 이미지 손상이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이 서둘러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3일 "총선을 앞두고 검찰의 못된 버릇이 되살아나는 데 항의하며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도 "검찰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정치검찰이 더는 터무니없는 허위사실 흘리기로 고인이 되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고 밝혔다.
 
상인 이영주(51·진영읍) 씨는 "총선 직전에 느닷없이 노 전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비리 의혹이 쏟아지는 게 의아하다"면서도 "하지만 의혹의 빌미가 제공된 건 평소 그만큼 처신을 잘못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 유권자들 '안타깝다'…투표율에 관심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판에 의혹이 쏟아지고, 검찰이 선거판에 등장하면서 '정치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표심은 얼어붙는 모양새다. '정치혐오증'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초경합 지역인 김해 을은 선거 당일 투표율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어서, 양 캠프는 사태의 추이와 여론의 흐름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야대 재학생 곽 모(24) 씨는 "이번에는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인해 무조건 투표를 하려 했는데, 후보들을 둘러싼 추문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호 후보가 TV토론을 잇따라 외면, 논란이 일고 있다. 김경수 후보 측은 "김태호 후보의 거부로 TV토론이 무산되고 있다. 김태호 후보가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태호 후보 측은 "방송토론 대신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데 시간을 더 보내려 한다"면서 "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에는 참석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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