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에도 독서문화에 목마른 시민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동네책방'이 있다. (오른쪽 위)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 숲으로 된 성벽. 김미동 기자

대표 인문책방 '생의한가운데'
율하 명소 '숲으로 된 성벽'
독서문화 목마른 시민들 '호응'



"정감 있는 책 냄새, 한 장 넘길 때마다 느낄 수 있는 종이책의 질감, 곳곳에 숨은 사장님의 취향까지. 좋아하는 책을 직접 읽어보고 고를 수 있는 '동네책방'은 중독성이 강해요. 끊을 수가 없어요."
 
김해의 한 동네책방에서 만난 이주은(27) 씨는 '동네책방의 진면모'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외동 주민이자 자칭 '동네책방 마니아'인 그는 "동네책방이 문을 열 때마다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날 수 있을까 두근두근하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전자책(e-book) 플랫폼 등이 활성화되면서 동네서점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독서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폐업에 들어간 서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김해지역에는 다채로운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따뜻한 감성으로 자리하고 있는 동네책방도 여전히 존재한다. 기자가 직접 책 냄새 풍기는 동네책방을 방문했다.
 
연지공원 뒤편에 위치한 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는 오랜 시간 쌓아온 시간의 흔적이 엿보였다. 벽 이곳저곳에 적힌 글귀와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생의 한가운데'는 2015년 인문학을 위한 공간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인문학 강의와 독서 모임, 작가와 함께 하는 글쓰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지난해 4월 동네책방으로 재탄생했다.
 
이 책방은 인문서적을 매개로 공간 문턱을 낮췄을 뿐 아니라 소설·시·동화·과학·고전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비하고 있다. 매년 인문강의 축제, 달달 인문학, 영화와 쟁점으로 보는 한국의 근현대사, 어린이 영화 인문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생가 문집' 5호를 편찬했다. 올해는 '2020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을 거제북시티서점·거제 책방익힘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생의 한가운데 박태남 대표는 "제 모든 삶이 '생의 한가운데'의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공간을 운영하면서 지역에 문화예술 공간이 얼마나 절실한 지 더욱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율하 관동동에 위치한 '숲으로 된 성벽' 역시 지역 주민들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책방이다.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마치 '성벽을 열고 들어가는 듯한' 문까지, 책방 곳곳에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이 돋보였다. 숲으로 된 성벽의 장덕권 대표는 오로지 '책이 좋아서' 2018년 12월 책방의 문을 열었다.
 
그런 만큼 숲으로 된 성벽의 모든 책은 장덕권 대표와 그의 아내가 일일이 골라 읽고 나서야 배치된다. 기준은 읽었을 때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책, 그리고 장 대표가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가 크다. 장 대표 역시 '동네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신형철 평론가, 박준 시인 등의 작가 초청 강연과 가수 전찬준 씨의 초청공연, 심야 책방 등을 진행해왔다.
 
장 대표는 "책이 좋고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책방을 열게 됐었다"며 "수익이 많이 나진 않지만, '직접 책을 고르고 공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동네책방이 있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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