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갑순 수필가

우주 속 한 점 푸른 별, 지구는 늘 분주하고 시끄럽다. 
 
올 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와의 전쟁, 연이은 폭염과 태풍, 미대선, 김해신공항 백지화등 위정자들의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장 남은 달력이 시간을 재촉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시간 관리를 잘 하는 이는 풍요와 보람을 누리지만, 소홀히 한 이는 후회와 회한으로 남는다. 모두가 시간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닌 시간을 잘 활용하며 자신감 있는 우리 삶이 된다면, 시간의 지배자로 삶을 산다면 일상이 더 가치로 울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개의 시간이 존재한다.
 
그리스의 신화에 시간의 신으로 '카이로스(Kairos)와 크로노스(Chronos)'가 등장한다. 상대적 시간과 절대적 시간의 상징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시간의 자유로운 활용으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반면, 크로노스의 시간은 절대적인 시간, 즉 달력에 맞춰 시계 바늘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말한다.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여 우리를 늙게 하고 끝내 병들어 죽게 하는 시간을 의미 한다.
 
이에 우리는 절대적으로 규정된 시간보다도 내가 시간의 지배자가 돼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는 상대적인 시간에 더 도전을 받는다. 그래서 카이로스의 시간은 기회의 시간이며 결단의 시간이다. 가치를 발휘할 어떤 목적을 가진 이에게만 가능한 주관적 시간이다. 경우에 따라 시간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 인류 역사 역시 이 추상적이고 상대적 시간을 쪼개어 물질화시키면서 발전해 온 것이 아닌가. 상상하는 인간은 절대적 시간을 거슬러 시간을 임의로 해체 구성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목적을 달성한다. 결국 시간의 지배자로 시간의 활용하는 것에 자유로워진다. 
 
21세기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William H. Gates, 1955년~ )는 시간을 자신의 목적에 맞추어 잘 활용한 인물이다. '우주는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잘 되는 건 당연하며,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자기가 번 돈을 죽기 전에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가'로 이 시대 부(富)의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죽음과 새삼 대비가 된다. 
 
어쩌면 부자도, 가난한 이도 절대적 시간관념으로 보면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보아 통감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유한한 삶, 이에 가장 하고 싶은 소중한 일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물질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장 눈앞만 보고 허덕이기보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색한다면, 모든 삶의 가치를 목적에 맞추어 시계의 방향을 조정한다면, 시간의 지배자로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행여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나의 욕망 때문에,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나 않은지.  진정 나의 삶이 가슴을 뛰는 게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좀 더 의타적 삶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오직 내 권위와 권력을 위해 내 주장만을 내세우지나 않는지. 위정자들 역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지구촌의 미래를 생각하며 상대적 시간을 조절하는지. 겸손한 자세로 주위를 돌아볼 일이다. 
 
지구촌은 지금 코로나와의 전쟁 속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것을 견디고, 이기고, 서로를 위로하고, 긍정하는 생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가 시간의 지배자가 되어 깊은 사색할 때,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더 이상 쓸쓸해하지 않을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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