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항공산업이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이동 수단 중 가장 크다. 비행기를 탄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CO2의 양은 285g으로 자동차 104g의 2배, 기차 14g의 20배나 높다. 2018년 한 해 동안 배출한 항공계의 온실가스 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2.4%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2013년 대비 26% 상승한 것이다. 
 
가장 빠른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 만큼 지속가능한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항공산업이 인류의 삶의 패턴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선 여객 수가 전년 대비 약 95% 급감했는데도 공급은 지속되니 경영난에 처한 항공사들이 대거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고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저가항공사도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대한항공과의 인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갈 곳이 없는 여객기 80% 이상이 날지 못했고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이래 처음으로 수요가 1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운송실적을 기준으로 피해 규모는 최소 6조 4천451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부산 가덕 신공항 건설이 또 다시 새로운 공항 입지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공항 건설이 인류 미래 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경제적 측면에서도 타당한 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이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는 인류가 지금의 산업시스템을 지속할 경우 2050년이 되면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해 거주불능한 지구를 맞이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전조는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120℉(48.8℃)로 치솟아 여객기 45대의 운항이 취소됐다. 항공기가 견딜 수 있는 운항 온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폭염이 극심해지면 비행기 이륙 시 몸무게에 따른 비용지불을 부담할 수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2015년에 발간한 '기후변화와 극심한 기온차가 항공에 끼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갈 경우 이륙을 위해서는 항공기가 가볍거나 활주로가 길어야 하는데, 기체 자체나 활주로 길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없으니 운송 중량을 줄이려면 승객이나 짐, 비행기 연료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자연에 대한 침범을 멈추지 않는 한 코로나19는 마지막 펜데믹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간은 기존의 소비 형태를 바꿀 생각이 없고 팬데믹은 반복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기후위기사태로 더욱더 가속화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감염병은 4.7% 늘어난다고 한다.
 
인류가 앞으로 기온 상승 2도를 막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이제 1조 톤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당장 경제적 호황을 누리기 위해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가덕도의 자연환경을 매몰시키고 가덕 신공항을 세운다면 올 여름 부산을 강타한 역대 최장 장마라는 이름의 기후위기는 또 다른 부메랑이 되어 부산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실제로 그린피스에서 공개한 2030년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에서는 엄청난 비로 부산이 침수되어 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30년에 10년 전 코로나19와 장마로만 힘들어 했던 2020년을 그리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해 신공항의 타당성 조사를 할 때 기후위기 상황을 감안한 수요예측은 없었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사업은 모래 위에 성 쌓기다. 지금까지의 공항산업이 기후위기, 감염병 펜데믹 시대에 적절한 지 뒤돌아 봐야 할 때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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