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소 기술사 기록을 보유한 김진국 씨가 자동차 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소정 기자

주경야독으로 기술공부 시작
 기술사·기능장 등 자격만 50개
"학생들, 기술통해 희망 보길"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는 증서를 뜻하는 자격증은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어떤 이에게는 스펙을 쌓는 수단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취업을 위한 보증수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김진국(49) 교사에게 자격증의 의미는 조금은 남다르다. 그에게 자격증은 '절제와 열정'의 증표 같은 것이다.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은 기술사 5개 분야, 기능장 8개 분야 등 총 50여개. 특히, 그가 보유하고 있는 5개의 기술사 자격은 최고의 국가기술자격증으로 자격 등급에서는 최상위에 속한다. 업계에서 기술사 자격이 박사학위와 동등한 수준으로 대우받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기술분야에서 5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가 취득한 기술사 자격은 차량, 기계, 금속재료, 금속가공, 건설기계 분야다.
 

■스무살에 첫 자격증 취득
 
김 교사가 기술자의 길을 선택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한 선생님이 창원공단에서 기술자로 성공한 분이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번다는 거예요. 그 때 기술자로 꼭 성공해서 부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어릴 때부터 가전제품 수리나 기계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진로결정에 대해 큰 망설임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자동차정비였다. 졸업 후 곧바로 기술습득에 매진했다. 낮에는 정비공장, 밤에는 기술학원을 오가며 현장실무와 자격증 공부를 병행했다. 1년이 지나자 그의 손에 첫 자격증이 주어졌다. 자동차정비기능사 2급. 기술자로서 첫 걸음이 시작됐다.
 
군 생활도 정비병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에는 자동차정비공장에 들어가 산업기사 자격증에 새롭게 도전했다. "당시 경남지역에는 산업기사를 양성하는 학원이 따로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공장이 끝나면 오토바이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달려서 부산에 있던 학원까지 갔어요." 시간이 아까워서 공장 뒷편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새벽까지 실습을 반복했던 그 시절의 간절함과 열정 때문이었을까, 김 교사는 이후 자동차정비분야에서 산업기사, 기사, 기능장, 기술사까지 단계를 높여가며 새로운 목표를 달성했다. 그 결과 국내 최연소 기술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만 27세 나이에 차량기술사의 꿈을 이뤘다.
 
기술사 자격 취득에 성공한 김 교사는 그동안 쉬었던 학업을 재개했다. 과정은 자격증 취득 방법과 비슷했다. 한마디로 주경야독과 독학이었다. 기술사가 되기까지 몸으로 익힌 성실함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높은 정보 습득력은 학업 성과를 이끌어 내기에는 최적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마침내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이전에 꿈꾸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학교생활과 시작된 자격증 레이스
 
2000년 창녕제일고등학교 자동차과에서 교원생활을 시작한 김 교사는 초임교사임에도 3학년 전문교과교육을 맡았다. 차량분야 최고 기술자의 열정 어린 지도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현장경험에서 익힌 문제 해결 능력과 기술사가 보유한 풍부한 이론적 배경은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수돼 학생 전원 자격증 취득, 100% 취업이라는 성과를 도출해냈다. 하지만 학교가 다루는 교과 전반을 소화해 내야 하는 교원 생활은 그에게 또 다른 숙제를 던졌다. 자신의 주력 기술분야인 자동차 이 외에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그의 자격증 레이스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른 기술 분야라고 특별히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동차 분야에서 기술사까지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니 동일 계통의 기술은 비교적 이해가 쉬웠고 다른 계통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기술 습득과정은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김 교사는 창녕제일고에서 건설기계정비기능장 취득을 시작으로 이후 부임한 학교에서는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삭기운전기능사, 자동차차체수리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특히, 창원기계공고 근무 시절에는 기계가공기능장, 금속재료기능장, 주조기능장, 판금제관기능장, 용접기능장, 배관기능장 자격증을 줄줄이 따내며 언론사에서 관심을 갖는 전국적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자격증으로 인생설계 실현
 
김 교사는 자신에게 있어 자격증은 '삶의 방향'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20대 청년시절, 정비공장 한 켠에서 쪽잠을 자가며 인내하고 설계한 자신만의 인생 설계도가 자격증을 통해 하나하나 실현돼 갈 때 비로서 '나'라는 존재에 의미가 더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린 시절 돈버는 수단으로만 여겼던 기술과 그걸 인증해줬던 자격증이 이제는 내 삶에 중요한 동기를 부여하고 인내와 절제를 가르치고 있다"면서 "지금은 새로운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즐거움에 오히려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기술을 통해 희망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며 "그럴려면 우리 사회도 학벌과 인맥보다는 능력중심의 사회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최근 농기계기사 자격증 시험을 위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김해뉴스 송희영 기자 edito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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